[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초미의 관심사였던 4주기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이 공개되면서 새해 벽두부터 병원계가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간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진료권역 재설정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왔던 울산대병원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가 2일 입법예고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현재 10개 지역으로 분리돼 있던 진료권역을 11개로 재설정 했다.
현재 진료권역은 △서울권 △경기 서북부권 △경기 남부권 △강원권 △충북권 △충남권 △전북권 △전남권 △경북권 △경남권 등 10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다.
복지부는 이 중 경남권의 쏠림현상이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 경남동부권과 경남서부권으로 이원화 시킨 11개 진료권역안을 제시했다.
경남동부권의 경우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거제시, 김해시, 밀양시, 양산시로, 경남서부권은 진주시와 창원시 등 경남 서쪽 지역 도시들을 포함시켰다.
현재 경남권은 부산백병원, 경상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6곳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새롭게 제시된 진료권역으로 구분해 보면 경상대병원 1곳이 경남서부권으로 분리되고, 나머지 5곳 모두 경남동부권에 해당된다.
결국 경남동부권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진료권역 재설정 필요성을 주장해 왔던 울산대학교병원 입장에서는 이번 진료권역 분리에 실망감이 큰 모습이다.
지난 3주기 평가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울산대병원은 부산, 울산, 경남이 묶여 있는 경남권 진료권역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보건복지부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에게 의뢰한 제4기 상급종합병원 기정기준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면서 울산대병원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윤 교수는 진료권역 기준을 인구 100만명, 지역 환자수 40% 이상, 이동거리 120분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가령 경남권역을 부산, 울산, 경남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료권역 재설정 방식에 기존 상급종합병원들은 우려를 금치 못했고, 일부 수도권 병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만 복지부가 진료권역 재설정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소폭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울산권역 분리는 이번 4주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가장 큰 화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막상 2020년 새해 첫날 복지부가 공개한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에 울산권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울산대병원은 부산지역 대학병원들과 경쟁을 치르게 됐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권역 재설정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상당히 당혹스러운 결과”라며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문제였는데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만큼 자력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도모하겠지만 경남동부권과 서부권의 소요병상수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진료권역 재설정을 두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오창현 과장은 “이번 진료권역 재설정은 경남권역의 특정 지역 편중화가 가장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지난해에 마무리 했어야 했는데 늦어졌다”며 “고민이 많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료권역은 상급조합병원 선정과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한 병원들의 경우 대부분 절대평가를 무난히 통과한다.
복지부는 이들 병원을 심사해 순위를 정한 후 1~2단계의 지역경쟁과 3단계의 전국경쟁을 거쳐 최종 상급종합병원을 선정한다. 1, 2단계 모두 진료권역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