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수첩]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는 ‘경제’와 ‘평화’ 등에 집중돼 있었지만 정작 의료계의 관심을 끈 것은 '문재인케어 지속 추진'이라는 한마디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7일 신년사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특히 중증질환·취약계층·아동 의료비 부담 등을 대폭 줄여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3일 개최된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의료비 걱정 없이 누구나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통해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도 발을 맞췄다. 의료 관련 법안 발의 시작점에 있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국민 건강과 생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지 인터뷰(2020년 1월 2일자)를 통해 강조했다.
문재인케어가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인 만큼 새해에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케어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팽배했고, 의료전달체계·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건강보험 재정 문제 등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매년 국정감사마다 문재인케어는 화두였다.
부작용은 차치하더라도 정책효과는 충분히 나왔을까. 이마저도 명함을 내밀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구랍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로 전년보다 1.1% 오른 데 그쳤다. 지난해 2조4000억원을 쏟아 부은 결과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건강보험 혜택 없이 환자가 전액 부담해 온 의학적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고 선택 진료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2023년까지 5년 간 총 41조 5842억원을 투입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 추세라면 문 대통령 임기 내 보장률 70%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유로는 비급여 항목·필요 외 의료이용 증가 등이 꼽힌다. 모두 문재인케어 시행 전(前) 혹은 시행 중에 제기됐던 ‘합리적 의심’이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야당과 의료계 지적은 ‘정쟁’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잃었다. 자연히 문케어에 대한 비판은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로, 의료계의 이익추구로 치부됐다.
이제는 정부와 여당이 야당과 의료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복지부가 올해 6월 중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의료전달체계 중장기 대책 도출 과정에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분명히 담겨야 한다.
선의를 가진 정책이 반드시 최선,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간의 문재인케어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의심은 불쾌하지만, 확신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완전한’ 문재인케어는 충분한 의심을 통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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