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서울 강남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수도권 신도시로 이전했지만, 과도한 초기 투자금으로 결국 개인회생신청을 A척추전문병원장이 회생 계획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12일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개시 결정을 받은 A원장은 법원으로부터 회생 인가를 받기 위해 회생계획안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은 근시일 내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법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구체적인 자금마련안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병원 초기에 비해 환자는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원장은 수도권 신도시에서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서울 강남서 10년 넘게 척추전문병원을 운영했다. 강남에서 ‘잘나가던’ A원장은 그러나 무리한 임대료를 요구하는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약 5년 전 병원 이전을 결심하게 됐다.
병원을 건립, 직접 건물주가 되기로 마음먹은 A원장은 본격적으로 임대업 회사를 세우고 토지를 매입했다. 이후 지상 15층 규모 건물을 세운 A원장은 7개 층을 사용하며 160병상 규모로 병원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A원장 예상과는 달리 내원 환자수는 점점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가 사정에 밝은 한 의사는 "신도시 내에서도 변두리에 있던 병원 위치와 열악한 대중교통 인프라가 단점으로 작용해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A병원이 회생인가를 받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안을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제일병원은 재단이 소유한 부지를 매각해 약 900억원의 재원 확보 계획을 제시했다. A원장과 같은 개인회생은 아니지만, 제일병원 사례는 의사라고 해도 인가가 어려워지는 회생인가의 새 모델로 여겨진다.
한편, 개원과와 중소병원계는 강남에서 유명했던 A원장 회생 신청 소식에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한 전문병원장은 “전문병원이 뜨고 있다지만 일부 병원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어려운 병원은 대책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병원 경영난으로 회생상담을 했다는 의사들 소식도 어렵지 않게 들려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2019년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은 8.3%로 전체 종별 가운데 가장 높았다.
병원 수 자체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개원한 병원은 121개인데 비해 122개 병원이 경영난에 허덕이다 결국 폐원을 선택했다. 통계에 따르면 병원 폐원률은 자영업 평균 폐원률인 7.3%를 이미 넘어섰다.
의사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이보다 앞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4년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지난 5년 동안 개인회생 신청은 모두 1,145건으로 집계됐다. 직업별로 보면 의사가 207건으로 2위, 한의사가 130명으로 4위, 치과의사가 112명으로 5위를 기록했다.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중소병원은 조금씩 어려워지다가 최근 2년 사이 더 어려워졌다”며 “최근 들어 인건비가 폭등한 것도 경영난에 직면하는 원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