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빈말은 없었다
. 선거용 공약이 아닌 회무에 대한 열정이었기에 가능했다
. 단 하루의 쉼표도 없이 꼬박 회무에 매진한
21개월
. 그는 취임 당시 선언했던 계획들을 묵묵하게 실행에 옮겼고
, 남은 임기 동안에도 흔들림 없이 진행한다는 각오다
. 사실 순탄치 않았던 세월이었다
. 무려
8년의 회무 경험과
6년의 의무부총장
, 각종 학회 이사장과 협회장 등을 거치며 쌓은 내공도 변화무쌍한 의료환경 앞에 번뇌를 거듭하게 만들었다
. 문재인케어를 시작으로
PA 간호사 문제
, 진료실 피습사건 등 병원계의 지축을 뒤흔든 굵직한 현안들이 즐비했다
.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 불합리한 제도 변화에는 소신으로 밀어부쳤고
, 직역 간 첨예한 갈등에 대해서는 특유의 포용력을 발휘했다
. ‘역대급 집행부
’라는 평가에도 여전히 식지않은 열정으로 회무에 임하고 있다
.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
. 그에겐 여전히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
절체절명 인력난, 비대위로 정면돌파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섬김의 리더십’을 제시한 그는 병협회장 당선 후 회원병원 의견수렴으로 본격적인 회무를 시작했다. 전국 12개 시도병원회를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제대로 모임이 결성되지 않았던 강원도와 제주도는 물론 경남, 울산지역 병원회가 17년 만에 총회를 개최하는 등 ‘섬김의 리더십’에 부응했다.
일선 병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단연 ‘의료인력’이었다. 병원계는 의료인력 확충이 수반되는 정책 추진 및 관련 제도의 문제점 등으로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일부 병원의 경우 정상진료를 하지 못해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등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의료인력 문제는 병원 차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달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임영진 회장은 ‘의료인력 수급 개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시켰다.
인력난이 심화될 경우 환자진료 차질은 물론 보건의료 근간에 위협이 되는 만큼 비대위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기로 했다.
일단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에 그 심각성을 각인시키는게 우선이었다. 임영진 회장은 수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에 일선 병원계의 의견수렴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했다.
병원계의 절박함에 복지부도 응답했다. 복지부는 전국 6개 권역 병원장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현재 추진 중인 의료정책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현장의 고충과 요구사항을 수렴했다.
“의료정책 수행 당사자인 병원들의 의견이 간과된 정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의견수렴의 장이 마련된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정책 개선과 함께 자정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제도가 중장기적인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병원계 스스로의 노력은 초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원장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인력난 해소 방안을 모색했고, 수도권 대형병원 4곳이 신규 간호사를 동시에 채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대형병원들은 신규 간호사 채용시 예비합격자를 함께 발표해 결원이 생기면 이를 충원해왔다.
병원마다 채용 일정이 달라 합격을 하고도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필요 인력을 한꺼번에 뽑지 못했다. 대형병원 간호사 동시 채용은 이로 인해 발생한 인력난 해소 노력의 시발점이었다.
“의료인력 문제는 제도 개선과 병원계의 자정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실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습니다. 비대위를 통해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적잖은 성과 불구 여전히 산적한 과제
실손보험 손실률 고충을 호소하는 보험회사들이 보험료 누수 차단 일환으로 병·의원 등 의료기관 약점을 집중 공략하면서 병원계도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무엇보다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에 놓인 의료행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병·의원들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맘모톰(Mammotome)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대규모 소송전을 진행한 보험업계는 연일 과잉진료 문제를 제기하며 병원계 옥죄기에 고삐를 당겼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임영진 회장은 곧바로 ‘실손보험 진료비 분쟁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실손보험비 지급을 둘러싼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였다.
맘모톰과 관련해 피소 당한 병원이 100여 곳이 넘고, 소송 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송은 형사와 민사가 함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맘모톰 소송 첫 재판에서 병원이 완승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향후 진행될 다른 재판이 즐비한 만큼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13일 삼성화재가 목포기독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보험회사가 환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모든 환자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소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임영진 회장의 적극적인 대처 덕에 가장 중요한 첫 재판에서 승기를 거머 쥔 만큼 다른 소송 사건들 역시 병원들의 완승이 기대되고 있다.
맘모톰 소송 외에도 그가 남긴 성과는 즐비하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일몰기간 연장과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제외, 의료법인 이사회 친인척 이사 수 제한 완화, 국민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도입 저지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임영진 회장은 여전히 마음이 바쁘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아직 끝내지 못한 현안이 산적하기에 지난 성과에 도취하고 있을 여력이 없다.
“성과라는 단어가 무색하죠. 으레 해야할 일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병원계의 풍전등화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합니다.”
“임기 3개월 남았는데 직역갈등 해소·필수의료 유지 최선, 내 사전에 레임덕(lame-duck) 없다”
임영진 회장은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라는 말로 남은 임기에 대한 각오를 대신했다. 3개월 남짓 남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사실 그는 2018년 5월 취임 이후 단 하루도 회무를 거르지 않았다. 비상근 회장이지만 상근처럼 회무에 매달렸다.
임기 중 경희대학교 의부무총장 겸 의료원장을 내려 놓으면서까지 회무에 집중했다.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병원과 학회, 각종 단체장을 역임하면서 그는 늘 집권 말기 "No lame duck!"을 외쳤다. 병협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벌써부터 차기 회장선거 후보들의 움직임에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임영진 회장은 오히려 후보들에게 적극적인 행보를 당부했다.
“후보들이 전면에서 함께 나와 활동하게 되면 신임 집행부 출범 후에도 회무의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잖아요. 공식적인 출마선언과 함께 활발한 회무 참여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바통을 이을 차기회장에게 전달할 당부도 이미 준비해뒀다. ‘의료인력 수급 개선 비상대책위원회’의 꾸준한 활동과 결과 도출이 첫 번째 당부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선포했던 비전 ‘스마트큐브 2030’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위한 비전추진위원회 설립이 두 번째, 인본주의에 입각한 사무국 운영이 세 번째다.
이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 달 남짓. 임영진 회장은 이 시간 동안 직역갈등 해소와 필수의료 종사자 처우 개선에 사력을 다할 생각이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직역 간 갈등을 청산하고 화합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직역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부터라도 의료계 각 직역들이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합니다. 파산 직전이 아니라면 조금씩 베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치료하거나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담당하는 필수의료 인력들이 자긍심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 마련도 꼭 실현시키고 싶은 과제다.
“필수의료에 대한 홀대는 너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들이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환자를 마주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에 남은 힘을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