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피해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전가될 뿐만 아니라 민영보험은 개인 후생 증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정책 개입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사 의료보험의 경제학적 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는 중복가입자를 제외하고도 3800만 명에 육박한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수가 5100만 명으로 집계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국내 의료보험 내에는 공적보험과 민영보험이 공존하고 있어 민영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들도 민영보험이 야기하는 부작용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경제학적 분석모델을 통해 공적보험과 민영보험을 분석한 결과, 공적보험과 민영보험이 함께 있다고 해서 개인 후생이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주어진 보험 계약 하에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위험을 남겨줘 의료비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고 위험을 줄이려고 노력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즉, 일부보험이 가장 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적보험이 있는 상황에서 진입한 민영보험은, 도덕적 해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민영보험 때문에 공적보험이 가정한 것보다 보장률이 높아지면 개인은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개인이 민영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보장률은 가입하지 않았을 때와 변함이 없다. 공적보험과 민영보험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건강보험 보장률이 100%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손보험이 초기에 도입됐을 때는 개인의 의료비 지출에 대해 100% 보장범위를 가졌지만, 의료비 과잉지출 및 실손의료보험의 만성적 적자 등으로 인해 보장범위가 80% 수준으로 조정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일부 개인만이 민영보험을 구입하는 상황에서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구입하지 않은 개인들에게 전가되며 보장률도 낮아져 결국 민영보험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보다 보험 효율성이 낮아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통제하기 위해 법정자기부담금에 대해서는 민영의료보험의 보장을 제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민영의료보험 보장률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책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영의료보험을 구입하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이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부담도 커지므로 통제하는 과정에서 공적의료보장률이 더욱 감소하게 되며 전체 개인의 후생 역시 줄어들게 된다.
연구팀은 “일부 범위에서만 민영의료보험을 제한토록 고려할 수 있다. 필수적인 질병 치료에 대해 민영보험의 진입을 제한하고 동시에 공적보험 보장률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요 질병 치료 부문에서 도덕적 해이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공평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이번 연구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급여 및 비급여 진료비의 구분을 두지 않았고, 공적의료보험과 민영의료보험 비용 효율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등의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