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현대인의 질환’ 고도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 1년이 지났다.
수 백 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수술비에 그동안 망설였던 환자들이 병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면서 병원들의 비만대사수술 건수는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과 같은 대사질환을 동반한 환자들이 비만대사수술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부상, 수술을 받는 환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종민 민병원 대표원장(대한외과학회 부회장)[사진]은 학계에서 ‘비만대사수술전문가’로 여겨진다. 김 원장은 비만대사수술이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자문에 참여하기도 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반드시 제공돼야 하는 수술행위에 대해 조언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수술경험이 필요하다.
"한국인 당뇨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법 선택 위해 노력"
비만대사수술 급여화 1년을 맞아 최근 만난 김 원장은 "향후 국내 비만대사수술 인프라가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환자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수술법 선택이 필요하고, 다양한 수술법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늘어나야 한다”며 “특히 2형 당뇨 치료를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수술법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대사수술법은 다양하다. 급여화된 수술법만 10종류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쓰이는 것은 위(胃) 소매 절제술과 루와이 위(胃) 우회술이다.
위 소매 절제술은 장기 위쪽에 잘록한 부분(소매)을 80~100㏄ 정도 남기고 잘라내는 수술법이다. 쉽게 말해 음식물을 먹을 때 늘어나는 위 부위를 제거해 섭취량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수술은 받은 환자는 위산 분비량은 감소하고, 췌장 효소를 촉진하는 물질 분비는 촉진돼 하부 소장의 인크레틴(GLP-1) 분비량이 늘어난다.
루와이 위 우회술은 위 소매 절제술보다도 더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위 공간을 30㏄ 정도만 남긴 뒤 하부 소장을 위로 끌어다 붙이는 수술법이다. 음식물이 상부 소장을 거치지 않고 하부 소장으로 직행해 망가진 인크레틴(소화 기관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생성을 자극하는 모든 물질)의 작동을 차단한다. ‘루와이’는 프랑스에서 온 용어로 ‘장 길이를 Y자 모양으로 바꿔 준다’는 뜻이다.
다만 루와이 위 우회술을 하고 나면 일반적인 내시경으로 하부에 위치한 위를 볼 수 없어 위암 발병률이 높은 한국인 환자에게 시술할 때는 한번 더 고려해야 한다.
또 이 수술법은 고도비만환자에게 보다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외국의 경우 고도비만으로 수술을 고려하는 환자의 비율이 높지만 한국은 고도비만 환자 비율이 높지 않다.
김 원장은 특히 "제2형 당뇨이면서 비만대사수술을 받으려 하는 환자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형 당뇨환자는 체지방률이 낮다”며 “루와이 위 수술은 당뇨 완화 효과와 더불어 영양결핍, 빈혈, 탈모, 지방변 등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고도비만이 아닌 마른당뇨 환자의 경우 루와이 위 수술보단 위 소매 절제 수술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여러 병원들이 협력해 풍부한 환자 데이터 바탕으로 연구 매진 필요"
이에 김 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위 소매 절제술과 근위부공장우회술을 복합한 수술법을 시행한다.
루와이 위 우회술과는 다르게 유문을 보존하기 때문에 영양결핍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또 고도비만이 아닌 당뇨환자가 더 많은 우리나라사람에게 더욱 적합한 수술법이란 것이 김 원장이 설명이다.
그는 또 “특히 5년 이상의 당뇨, 인슐린 치료 중이거나 낮은 췌장지수인 경우 위 소매 절제술로는 부족하고 우회술을 접목해야 효과적이다”며 “이처럼 단순히 루와이 위 소매술, 위 소매 절제술, 혹은 위밴드술로만 가지고 모든 환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국내 비만대사수술법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위해선 “여러 병원들이 협력해 풍부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원장이 있는 당뇨비만 대사수술센터는 지난 2012년 첫 위 소매 절제술을 시작으로 2019년 8월까지 400여명을 치료하며 국내 의료기관 중에선 비교적 많은 사례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선 더 다양한 환자 데이터가 필요하다.
급여 체계에서도 아쉬운 점을 짚었다. 위 밴드술을 실시하다 밴드가 잘못 위치해 흉부 답답함과 목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밴드 제거시 보험적용을 받기 위해선 환자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 실정이란 것이다.
김 원장은 “보험적용을 받지 못할 경우, 밴드 제거 비용이 수술 비용보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며 “환자가 실질적으로 불편함을 겪는 상황에서 필요한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