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든 스트레스를 받은 후 매사에 짜증이 나고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지거나 두통 혹은 수면 장애에 시달린 적이 없는지.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은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가 잘 관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증상이다. 에너지 고갈과 소진감, 자신의 일에 정신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느낌, 자기 직업에 대한 부정적 혹은 냉소적 감정 등의 증가, 전문적 업무 효용성의 감소가 특징이다.
2014년 미국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반 이상의 대상자가 한 가지 이상의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그 외 극심한 피로감, 중요한 의학적인 실수, 심지어 자살 사고 등도 있었다.
특히 환자 진료에 대한 집중력 저하로 의사-환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의도치 않은 의학적 실수를 범해 환자 치료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진료과별로는 내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신경과 의사에서 높은 비율의 번아웃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44개 의료기관 222명의 소화기내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근골격계 통증 경험 89.6%, 소화기계 증상 53.6%, 정신과적 증상 68.9%가 발생했고, 143명(64.4%)에서 번아웃 증상이 관찰됐다.
40대 이하 여의사에서 번아웃 증상이 심각했다고 보고했다. 응급실 간호사의 번아웃이 증가할수록 업무 수행 능력이 감소하고, 전문직 정체성도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렇게 번아웃 증후군은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직장 내 업무 효율성도 저하시키므로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속해 있는 직장의 의무이기도 하며, 사후적 대응보다는 사전적 대응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스트레스 축적되지 않도록 회복탄력성(resilience) 증진시키는 운동·취미·적절한 휴식 등 중요"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축적되지 않고 해소될 수 있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하거나, 하루 10분 간이라도 직장 일은 잊고 ‘하늘을 보고 날씨를 느끼며’ 산책하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평소에 잘 자고 잘 먹으며, 시간을 쪼개어 취미생활을 즐기고, 적절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직장내에서 주관하는 힐링, 명상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직장 차원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제도적 방안으로는 급여 인상, 승진, 명예 부여 및 인정, 그리고 시간을 주는 것 등이 있다. 이 중 ‘시간을 주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보상하므로써 보다 더 창의적인 생각과 업무를 하게 돼 개인이나 직장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돈이나 지위, 명예는 부차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시간을 주는 것’이란 의료인으로 하여금 진료 혹은 연구 외의 과도한 행정적인 업무를 줄여주는 것과 진료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적정한 인력을 지원하는 것 등이 있으며, 이를 위한 재원 확보는 직장과 리더의 몫이다.
또한 직장에서 건강검진시 스트레스, 번아웃 정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이를 통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단위 부서별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도 좋다. 또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면 직원들 간 교류 활성화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직장 차원에서의 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몇 년 전 업무협약을 위해 구글 코리아를 방문했을 때 잘 갖춰진 휴게실과 식당을 보고 감탄했는데, 어느 연예기획사 식당 음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다른 직종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병원에서는 높은 수준의 직원 식당과 휴게실을 갖추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란 말이 있듯이 직장 생활이 행복하고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지 않도록 개인 스스로 및 직장 차원에서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관리하고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