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바의연 지적을 수용해 작년 9월 배포한 치매 조기진단 키트 개발 보도자료와 관련 경상대가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판단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 사안이 감사원으로 이관, 조사를 받을지 주목된다.
바의연은 앞서 경상대학교 A교수 연구팀이 작성하고 과기부가 발표한 치매 조기진단 연구결과 보도자료의 내용이 부풀려졌다며 과기부에 3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해왔다. 보도자료에 명시된 내용과 달리 실제 논문에는 치매 조기진단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과기부는 1차, 2차 답변을 통해 연구 재단 등의 자문 결과, 치매 조기진단이 가능하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지만 연구 책임자가 민간기업과의 계약사항을 이유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므로 연구결과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처럼 바의연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연구의 책임자인 A교수는 과기부가 지원하는 국책연구본부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치매제어 기술개발 융합연구단’의 총괄책임자 및 연구단장직 수행 공로 등이 인정돼 작년 12월 ‘2019국가연구개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의연의 계속된 문제 제기 끝에 과기부는 3차 답변에서 "경상대가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바른의료연구소가 제기한 사항이 연구윤리위반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당 연구의 연구윤리 위반 문제를 제기한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민간기업과의 계약 여부를 떠나 연구자가 연구 성과를 논문에 항상 전부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보도자료 제목에서 강조할 정도로 중요한 성과가 논문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기업과의 계약이 걸림돌이었다면 보도자료에 이를 더 더욱 언급해서는 안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9월 과기부가 해당 연구와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는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라는 제목으로 배포됐다. 치매 조기진단기술을 전면에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실장은 “잠복상태 치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무증상 단계나 알츠하이머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평가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논문에는 치매 환자 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만 존재할 뿐, 잠복상태 치매라고 할 수 있는 무증상 단계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기부 보도자료에서는 연구 대상에 경도인지장애 환자 2명이라고 명시했지만 논문에는 환자 한 명에 대해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기술하고 있다. 관대하게 보더라도 조기 치매라 볼 수 있는 환자 숫자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는 이어 "민간기업과의 계약 때문에 해당 내용을 논문에 싣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 할 지라도 논문에 없는 내용을 부풀려 보도자료를 작성했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연구윤리 위반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지난해 9월 Nature 자매지인 국제적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국제학술지 게재만으로도 연구 성과가 충분히 검증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 저널에 항상 성공한 연구만 게재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연구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장은 “혈액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알츠하이머치매 진단법을 발전시켰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바의연은 해당 논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논문에 없던 내용을 마치 있는 것처럼 알리고 있는 보도자료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비판 대상을 명확히 했다.
실장은 끝으로 “경상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연구윤리 위반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감사원에 감사제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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