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EMR 셧다운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고대의료원 내 수련병원 3곳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6일 발표했다.
대전협은 기록에 의존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학조사에 EMR 셧다운제가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대국민 입장문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대전협에 따르면 고대의료원 내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산병원, 고대안암병원에서 EMR 접속 차단 시스템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고대안산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전산 작업은 지난 4일 완료했으며 이번 주 중으로 공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최근 대한병원협회에 모든 수련병원이 EMR 셧다운제를 폐지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보건복지부에도 꾸준히 같은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역시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대로 된 환자 진료를 위해 EMR 차단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고 덧붙였다.
EMR 셧다운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EMR 접속이 차단돼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면 역학조사에서 병원 내 처방, 지시 등 모든 기록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는 감염병 확산에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R이 차단되면 전산에 입력된 의사와 실제 진료를 수행한 의사가 다른 상황이 벌어져 추후 환자가 확진자로 판명됐을 때 역학조사는 실제 진료를 수행한 이가 아닌 엉뚱한 이를 향하는 위험한 오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이미 일선에서는 확진 또는 의심환자와 접촉한 의사가 전산 기록에 남겨진 당사자와 일치하는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며 “EMR 차단은 정확한 접촉자 파악 및 역학적 대응을 방해하는 중대한 장애물로, 정부가 엉뚱한 의료진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동안 실제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다른 환자들을 보고 지역사회를 활보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감염병 확산과 같은 재난 상황을 악용해 전공의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박지현 회장은 “몇몇 수련병원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최대 80시간 초과 근무에 대한 처분이 면제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공의법을 의도적으로 지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들어오는 민원을 보면서 전공의의 선의를 이렇게 악용하려는 것에 배신감마저 들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전 세계적 위기에서 어떤 꼼수로 전공의의 노동력을 착취할 것인지 생각하기 이전에 근무시간 조작, 미지급했던 추가 근무 비용 등에 대해서 어떻게 보상하고, 책임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을 위해 의료계가 하나 되어 위기 해결에 나서야 할 시간에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병원의 모습이 안타깝다. 환자를 보러 최전선에 뛰어나가는 후배 의사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고, 이제라도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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