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수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맞서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은 다름아닌 전공의들과 공중보건의사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한 젊은의사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요즘 일하기는 어떤지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감염병 유행 상황이 아닌 때에도 끊임없이 처우 개선을 요구했던 것이 공보의와 전공의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과도한 업무로딩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의사면허를 가진 조사관은 1명 뿐이고 이마저도 공보의인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사 역학조사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각 시도에서는 공보의 혼자 역학, 격리 조치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감염 의심 환자를 직접 대하는 내과 전공의들은 전공의법에 따른 최대 80시간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을 포기한 상태다.
내원 환자 수는 줄었지만 환자 한명을 보는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려 근무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감염 의심 환자가 방문하면 문진, 신고, 치료 안내, 지침 전달, 자가격리 안내 등을 추가로 진행해야 하며 입원환자를 볼 경우 방호복도 착용해야 한다.
감염병 거점 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병원의 전공의들도 예외가 아니며 공포감 때문에 과잉 검사를 요구하는 환자들도 늘었다.
내과 전공의인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다른 과가 아닌 내과 전공의들만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직접 보기 때문에 해야할 일이 매우 많다. 진료를 할 때마다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과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이 특히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공보의 역학조사관에 대한 숙식 문제는 메르스 때부터 제기됐지만 전반적으로 아직 해결된 것이 없다. 정부는 “곧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피력한 상황이다.
역학조사관으로 차출된 다수 공보의들은 메르스 때부터 현재 코로나19 사태까지 숙식을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근처 식당에서 자비로 밥을 사먹고 잠은 보건소 인근 모텔에서 자는 식이다. 의료진 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 등 보호장비들도 충분히 공급되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듯 나쁜 처우 속에서 최전방에 선 젊은의사들은 “그래도 의사라면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처우 문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의료진으로서 코로나19 사태를 조속히 개선해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의료진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숙식도 보장받지 못한 채 수백통의 전화를 받으며 매일 대가 없는 초과근무를 하는 젊은의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으로서의 책임을 가장 우선시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메르스 이후 우리는 분명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미래 대한민국 의료를 이끌어갈 젊은 의사들에게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더불어 그들이 온전한 역량을 펼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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