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무려
20년이다
.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세월
, 모든 애정과 열정을 쏟았다
. ‘자신의 병원보다 협회가 우선이냐
’는 주변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인천과 서울을 오갔다
. 2001년 홍보이사가 시발점이었다
. 당시 나이는
42살
. 이후 그는 대한병원협회 임원으로 병원계 영욕(榮辱)의 세월을 함께 했다
. 이제 환갑을 넘긴 연륜의 임원인 된 그는 중년인생을 모두 걸었던 그곳에서 큰 뜻을 펼치려 한다
. 제
40대 대한병원협회 회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인성의료재단 한림병원 병원장/사진). 그는 지난
20년 세월 동안 쌓은 풍부한 회무 경험을 토대로 회원병원들의 경영여건 개선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
대한병원협회와 동고동락 20년
돌이켜 보면 인생 3분의 1을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했다. 보험, 정책 등 중요도가 높은 분야는 물론 협회 내부 살림을 꾸리는 총무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회무를 경험했다.
특히 오랜기간 보험 분야를 담당하며 건강보험 전문가들과 호흡했다. 의약분업 이후 병원계 희생을 강요한 건강보험재정 건전화 대책을 막아낸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정책 분야에서는 회원병원들이 보다 양호한 환경에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모색하면서 이해당사자들과 대립과 협상을 이어왔다.
총무임원으로서는 협회의 살림살이와 인사, 노무 문제들을 원만하게 처리하며 조직 안정에 기여했다.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등 병협을 대표해 쓴 감투만 20개가 넘는다.
정영호 회장은 “병원계에 몰아치는 불이익에 맞서 싸우면서 수세적인 자세보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대안을 제시하고 논란을 주도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싸움의 기술도 배웠다”고 술회했다.
이어 “개인적인 희생과 책임을 감내하고 협회 의견을 끝까지 관철해야 하는 과제도 있었고, 협회를 대표해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협상력 마련하고 따뜻한 리더십 실천하면서 풍부한 회무력 발휘"
하지만 열정이 뜨거웠기에 아쉬움의 기억도 많았다. 그는 “협회 일을 수행하면서 기쁨과 보람도 컸지만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많았다”며 “당연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일도 편하게 풀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과 실패 속에 좌절하지 않고, 언젠가 대한병원협회 회장이라는 중책이 맡겨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며 오랜 시간 출마를 고민해 왔음을 털어놨다.
“의료전달체계 가장 큰 문제는 1차의료 붕괴, 병원의사 늘리면 해법 모색 가능”
정영호 회장은 병원계가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주저없이 의료인력 수급난을 꼽았다. 의사와 간호사 부족으로 신음하는 병원들이 그 많큼 많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의료인력 부족은 환자안전에 직접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입원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는 ‘병동무의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작금의 상황은 단순히 전체 의사수 부족에 기인한 문제는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의사들의 비필수 의료영역 선호현상에서 원인을 찾았다.
수술이나 분만 등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비필수 의료를 선호하다 보니 인력난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작금의 의료인력난 해소를 위해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현재 3000명 남짓인 의과대학 정원을 4000명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정영호 회장은 “필수의료의 안정적 제공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 1000명의 의사가 더 배출돼야 한다”며 “의대정원 4000명 시대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의대정원 증원이 현실화 되더라도 그들이 임상현장에 배치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정 회장은 그 대안으로 ‘개원의 1만 복귀설’을 제시했다.
현재 개원의 3만명 중 1만명을 병원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치열한 개원시장에서 종지부를 찍고 싶은 개원의들에게 퇴로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개원의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금융 문제”라며 “저리 대출 등 금융적 지원을 통해 이들이 병원 봉직의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가장 큰 문제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이 아닌 1차 의료 붕괴”라며 “개원의 수를 줄이고 병원의사를 늘리면 무너진 전달체계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