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내 변호사 가운데 '첫 건강보험법 박사'가 탄생했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이 그 영예의 주인공이다. 김준래 변호사(사법시험 44회/사법연수원 34기)는 지난 2005년 3월 건보공단에 입사해 올 해로 16년째 근무 중이다. 그동안 사무장병원을 비롯해 크고 작은 보건·의료 분야 소송을 맡아 온 그는 최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국민건강보험법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2월 기준 3만100여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변호사 중 건강보험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김준래 변호사가 유일하다. 올바른 건강보험 법리 정립과 이를 알리는 데 기여해 온 김준래 변호사를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
Q. 건강보험법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내 유일 변호사가 됐다. 학위 준비를 결심한 계기는
2005년 3월 공단에 입사한 뒤로 지금까지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수 많은 소송을 수행했다.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지 4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나의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론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느꼈다. 건강보험법 법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민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 가입돼 있다. 폭넓게 적용되는 법리임에도 불구하고 법리가 어렵고,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보험가입자인 국민들에게 건강보험법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한 것 같다.
Q. 논문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을 없었나
개인적으로도 오랜 기간 보건·의료 분야 소송을 준비하고 연구했던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논문 준비과정에서 선행 연구가 많지 않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을 비롯한 보건·의료의 대가로 손꼽히는 교수님들이 지도 및 심사를 해 준 덕분에 논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법 : 역사와 해설’을 집필한 고려대 명순구 교수를 비롯해 대한의료법학회 김천수 前 회장, 대한의료법학회 박동진 회장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Q. 논문 주제가 다소 생소하다. ‘구상권’과 ‘합의후수급’을 논문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논문 주제는 '구상권'과 '합의후수급'이다. 건강보험법에서 구상권과 합의후수급은 쉽게 말해 교통사고나 폭행, 의료사고 등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부상을 입혔을 때 적용되는 법리다. 건보법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긴 경우’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타인의 폭행으로 부상을 입거나,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의료사고로 부상을 입은 경우 등에 적용된다. 일반적으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면 사건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다. 공단은 합의하기 전 피해자가 받은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를 가해자에게 청구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구상권’이다. 그리고 합의 후에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에게 청구하는 것을 ‘합의 후 수급’이라고 부른다.
Q. 같은 듯 다른 개념인데 법리적으로는 어떤가
구상권 제도는 원인을 야기한 자에게 최종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다. 합의후수급 제도는 환자가 이중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일반 국민은 물론 의료기관들도 구상권과 합의 후 수급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 공단이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치료비 관련 구상권이나 부당이득징수권을 행사하면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억울함을 느낀다. 공단은 법적 권리를 행사할 뿐인데 마치 이중으로 돈을 가져가는 것처럼 오해하기도 한다.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법리 해석도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논문에서는 보험자인 공단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공단 각 지사에서 처리하는 민사소송 가운데 대부분이 구상권 등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문이 거의 없다. 특히 합의 후 수급에 관한 논문은 한 편도 없어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고, 논문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됐다.
Q. 구상권과 합의후수급에 대한 인식 부재 배경은
일반적으로 사고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부상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다. 설령 사고 당사자가 되더라도, 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건보공단이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합의를 할 때에는 보험자인 공단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구상권 등의 법리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특별법이다 보니 선행연구가 거의 없는 점도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 때문에 입는 부상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구상권의 법리는 항상 생활 가까이에서 적용되는 법리라고 할 수 있고, 그렇기에 소송 건수도 의외로 많다.
Q.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부분은
대학원 입학 후 10년,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는 6년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공단에 근무해온 16년 동안의 축적된 자료와 내용을 연구하고 정리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이번 논문을 완성하게 돼 감동이 크다. 나아가 구상권과 합의 후 수급 법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 실무자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역사와 함께 변해 온 판례들의 쟁점을 비교해 제시했다. 앞으로 좀더 알기 쉽게 책으로도 엮을 생각이다. 건강보험법에 대한 연구도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도 건강보험법과 관련 법리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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