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소위 태움이라고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서울의료원에서 또 다른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의료원 3개월 근무 이후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황은영 간호사는 오늘(20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년 1월 16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의료원에 근무했던 황 간호사는 신규간호사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경력에 맞지 않는 업무를 하게 됐다.
근무 전(前) 전용 전산실에서 환자를 파악해야 했기에 3시간 전에 출근해야 했으며 이후 7시간의 연장근무를 이어갔다.
황은영 간호사는 “어떤 날은 저녁 6시 출근 후 다음날 정오에 퇴근했으며 서지윤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장장 18시간을 근무하기도 했다. 연장근로는 무임금으로 이뤄졌으며 식사시간, 휴게시간을 물론 화장실 갈 시간도, 물 한잔 마실 시간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시간 외 근무도 벅찬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업무상 필요성을 벗어난 선배 간호사의 질책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살인적인 업무강도 하에 일어난 실수에 대해 선배 간호사들은 “너 미쳤나, 예 또는 아니오로만 대답해, “말대꾸 하지마라” 등 고함을 지르며 이른바 태움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 간호사는 병원 측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관리자는 “신규 간호사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방관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심각한 자살 충동으로 황 간호사는 서울의료원을 그만두게 됐고 이후 3개월 동안 일할 수 없는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이후 증상이 나아져 2018년 8월 29일 보다 규모가 작은 동부제일병원에 입사했지만 충분치 못한 교육과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했다.
황 간호사는 보통 1개월에서 3개월까지 이뤄지는 교육을 1~2주 동안 받고 실무에 투입됐으며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선임간호사에게 태움을 당했다.
지속되는 폭언으로 황은영 간호사는 또 다시 자살 충동을 겪게 됐고 2018년 12월 17일 지역 보건소 내 정신 건강 센터를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산재신청 할 수 있어 다행"
자살 충동이 심해 결국 2019년 1월 31일 동부제일병원을 퇴사했고 폐쇄병동에 1달 반 가량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진단명은 적응장애로, 우울 증상 소인이 없는 사람이 외부 스트레스 요인 때문에 우울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이었다.
황은영 간호사와 간호사 노동조합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태움과 그로 인한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선임간호사가 아닌 병원과 정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된 신규간호사 교육을 진행하지 않고 수익을 위해 간호사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는 병원, 이를 허용하는 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황은영 간호사는 서울의료원 및 동부제일병원 근무로 인해 입은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서울의료원과 동부제일병원에는 사과를, 그리고 국내 전체 병원에서 충분한 신규간호사 교육이 이뤄지길 요구했다.
더불어 태움의 근본 원인인 과도한 간호사 업무를 줄이기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제한하고 근로복지공단에 병원 근로감독을 제대로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황은영 간호사는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산재신청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故 서지윤 간호사와 박선욱 간호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전국의 모든 간호사 현실을 알리기 위해 산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