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호흡기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역학적 연관성을 근거로 코로나19 검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게 된 일선 의료진이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와 독감은 증상만으로는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에는 1차 감염자와의 역학적 연관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검사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지역감염이 확산되면서 역학적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힘든 3차 감염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의료진은 증상만으로 코로나19 검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일선 의료진은 “제한된 인력과 검사장비로 모든 증상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증상만으로 구별이 어려운 독감검사와 코로나19 중 대상자를 결정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인원은 전날보다 9천900명 증가한 총 3만5천823명이다.
이 중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인원은 1만3천273명이며, 검사자 중 2만2천50명은 검사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도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불안감을 느낀 호흡기 증상자들은 병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검사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역학적 연관성을 기준으로 검사 대상자를 결정하는 게 무의미해진 현 상황에서 검사 실시 여부는 의사 소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기준 질병관리본부의 의료기관 대응 지침에 따르면 조사 대상 유증상자는 ▲중국 외 코로나19 발생 국가·지역 방문 후 유증상자 ▲의사소견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발병 초기에는 두 질병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독감은 일반적인 감기보다 심한 증상으로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 인후통, 기침,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과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코로나19는 2~3일 내지는 2주 잠복기를 거쳤다가 감기와 유사하게 고열, 인후통, 기침, 가래, 두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시혜진 교수는 “코로나19·독감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일선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현재는 의료진 판단에 맡기고 있는데, 발열과 같은 증상만으로는 질병을 판단할 수 없고 증상 발현 정도도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만으로의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가 독감검사만을 받고 감시망에서 벗어날 위험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20일 확진판정을 받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간호사는 기존 감염자와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독감 검사만을 받았다가 본인의 강력한 요구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당 간호사는 양성판정을 받은 뒤 자신이 신천지 교인임을 밝혔다.
명지병원 김인병 권역응급의료센터장도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의 증상 자체는 거의 똑같다”며 “보건당국 차원에서의 더욱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대구·경북 접촉력을 바탕으로 한 검사 기준이 나오고 있지만, 검사 결정이 결국 의사의 재량인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보건당국 차원의 세밀한 기준정립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