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에 따라 여러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와 운영 재개를 이어가는 가운데 응급실 폐쇄에 대한 보건당국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실을 폐쇄한 대부분의 병원은 보건당국이나 중앙정부 지침이 아닌 질병관리본부 가이드라인을 참고한 내부 회의를 통해 폐쇄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응급실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확진자가 다녀갔다면 폐쇄 후 빠른 방역을 거쳐 운영을 재개하는 게 일반적 수순이다. 하지만 문제는 확진자가 아닌 의심환자가 다녀간 경우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집단감염 사례를 겪으며 다수 의료기관은 원내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의심환자만 내원해도 응급실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선제적 대응을 취하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심정지 상태의 베트남 응급환자가 실려 온 후 응급실을 폐쇄한 창원삼성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폐쇄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체 회의를 통해 폐쇄 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메르스부터 병원 내 감염병위기대응본부를 운영하는데 이곳에 소속된 의료진 및 관계자들 회의를 거쳐 응급실을 폐쇄하고 의료진 등 10여 명을 격리조치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베트남 환자는 심정지로 숨졌지만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 음성으로 밝혀져 창원삼성병원은 해당 날짜에 다시 응급실을 재개했다.
수원 아주대병원과 부산의료원 또한 코로나19 의심환자 방문에 응급실 임시 폐쇄를 단행했다. 그러나 검사결과 음성임이 밝혀져 5~6시간 뒤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결국 의료진 판단하에 응급실 폐쇄 여부를 결정한다”며 “만약 폐쇄하지 않았는데 해당 환자가 양성 판정이 나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서울 고대안암병원과 한양대병원, 은평성모병원, 국립경찰병원 등이 확진자가 다녀가 일시적으로 응급실을 폐쇄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경북대병원, 계명동산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이 응급실 폐쇄와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한때 대구는 대형병원 4곳 중 3곳의 응급실이 폐쇄돼 응급의료 공백이 빚어지기도 했다.
울산 역시 27일 울산대병원 응급실 의사(37)가 확진자로 밝혀져 즉각 응급실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15개월 영아가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을 거쳐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이 있는 강원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소독 등 방역을 위해 일시적으로 응급실 출입을 제한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 응급실을 폐쇄했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또한 지난 25일 확진자가 발생해 응급실이 폐쇄됐다는 거짓정보가 SNS를 통해 퍼져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보건당국이 응급실 폐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다른 중증 환자들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허탁 이사장은 “의심환자가 나온다고 곧바로 응급실을 폐쇄할 게 아니라 진료를 이어가야 한다”며 “결과가 양성이 나온다면 그때 폐쇄 후 소독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