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의료진이 임상현장에서 코로나19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가족들에 대한 염려와 주변의 편견이 깔린 시선들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구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확진되는 등 현장 의료진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의료진은 그에 못지 않게 가족들이 겪게 될 피해에 대한 걱정이 컸다.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포항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간호사 A씨 남편은 최근 회사로부터 무급휴가를 강요받았다. 간호사인 아내로부터 코로나19가 감염되면 직원들에게까지 옮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루종일 방호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의료현장을 누비고 있는 의료진으로서는 허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의료진이 많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의료연대본부 김종갑 포항의료원 분회장은 “간호사들은 가족들에게 감염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일부 간호사들은 자비로 의료원 앞에 원룸을 얻어 생활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포항이 그리 크지 않은 지역이라 남편이 어디 근무한다더라 이런 이야기들도 주변에서 다 알고 있는 경우들이 많아 가족들도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 신은정 사무국장 역시 “대구 소재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도 가족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병원이 숙소를 잡아주려 하지만 숙박업주들이 꺼리다 보니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감염병동과 떨어져 있는 병동 하나를 의료진 숙소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의료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가족들도 본인의 남편이나 부인 등이 대구의료원에 다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불편해 할까봐 주변에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가족 감염 우려 등의 이유들로 감염병동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의료진은 현재 한달 가량 집에 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례는 일본에서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일본재해의학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일본인들과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의료활동을 한 의료진과 그 가족들이 차별받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일부 의료진이 직장 상사에게 해당 의료활동에 참여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받는가 하면 유치원과 보육원으로부터는 자녀들의 등원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등의 일이 발생, 사회적으로 논란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