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난 2014년 정부의 원격진료 추진에 반발해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환규 前 대한의사협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노환규 前 회장 등은 당시 의협 소속 의사들에게 집단휴진을 권유, 의료업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고 활동을 제한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부는 "피고인들이 주도한 휴진으로 의료서비스 품질이 나빠졌다는 근거가 없고, 의료서비스 공급량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는 만큼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의사들에게 휴업 참여를 직접 강요하거나 불참시 불이익을 고지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휴업은 각자의 판단에 맡긴 것으로 보여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환규 전 회장은 "이번 판결은 2000년대 이후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첫 판결로 의미가 깊다"며 "부당한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저항수단이 최소한이나마 인정됐다는 점이 기쁘다. 6년간 고통받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보건의료정책은 현장의 전문가들의 참여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목소리가 낼 창구가 마땅치 않다"며 "13만 회원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사법정의가 살아있는 판결"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최대집 의협 회장은 "보편적인 국민의 의사권과 표현의 자유가 인정된 판결로 의협 집행부는 크게 환영한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전세계적으로 국민의 권리로서 정당화 됐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비로소 정당화 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4년 노환규 前 회장 등은 의협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원격진료‧영리병원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적인 집단휴진을 결의했다.
한 달 후에는 지역의사들에게 공문을 발송하거나 의협 홈페이지에 투쟁지침을 게시하고 집단휴진에 동참을 독려했다. 당시 전국 개원의 20.5% 가량이 집단휴진에 참여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노 前 회장에게는 징역 1년을, 방 부회장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