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전국 개원가가 말라리아 치료제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슬픈 단상 중 하나다.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예방효과 관련 글들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 관련 민원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개원의사들이 늘고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19 관련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말리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예방효과가 있다는 소식에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동네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한 개원의는 “하루에도 4~5명이 클로로퀸 처방을 요구한다”며 “설명과 함께 고사하고 있지만 얼굴을 붉히는 환자들을 보면 천불이 난다”고 토로했다.
이 약이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는 건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그나마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물로 사용되면서 부터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가 ‘코로나19 치료 원칙’을 발표하면서 기존 전염병 치료제 중 칼레트라(Kaletra)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투여를 권고했다.
이후 중국에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감염증 관련 폐렴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논문이 나오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 의사들이 클로로퀸을 투여해 증상이 개선된 코로나19 감염자 사례를 발표하는 등 치료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이지만 이 약을 복용한 류마티스 관절염 호나자의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후부터 항류마티스 조절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클로로퀸의 효과는 코로나19 감염환자의 치료에 국한된 것으로, 예방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방지환 센터장(보라매병원 감염내과)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 역시 실험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임상자료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식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치료 가능성에 합의한 정도”라며 “예방효과는 더더욱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클로로퀸을 예방약으로 사용할 경우 부작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약물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시력손상 유발이다. 흔한 부작용은 아니지만 심각한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간독성과 난청, 환각, 백혈구 감소 등의 이상반응도 우려된다.
때문에 의료진들도 말라리아 환자 치료시 해당 약물을 2일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장기복용이 금기시 돼 있다.
방지환 센터장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예방약으로 사용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고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무분별한 허위정보에 현혹돼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히드록시클로로퀸 제품은 히로퀸정200mg(비씨월드제약), 듀록정100mg(한국피엠지제약), 듀록정200mg(한국피엠지제약), 듀록정400mg(한국피엠지제약), 듀록정300mg(한국피엠지제약), 클로퀸정100mg(명인제약), 클로퀸정200mg(명인제약), 클로퀸정400mg(명인제약주), 옥시크로린정100mg(에리슨제약), 옥시크로린정200mg(에리슨제약), 옥시크로린정400mg(에리슨제약), 옥시크로린정150mg(에리슨제약), 옥시크로린정300mg(에리슨제약), 할록신정(한림제약), 할록신정200mg(한림제약) 등 15품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