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골프채 퇴임선물’로 홍역을 치렀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은 김영란법과 관련해 어떤 부분들을 궁금해할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시행 당시 보다 사회적 관심이 무뎌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여전히 궁금한 사항들이 많았다.
‘골프채 퇴임선물’ 사건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자문료와 강의료, 출연료, 식사비 등 외부활동과 관련해 청탁금지법에 위배되는지 확인하려는 교수들이 많았다.
서울대학교병원의 2019년도 청탁금지법 상담일지에는 일선 교수들의 신중한 행보가 엿보인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문을 통해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했다.
병원 측 역시 교수들의 상담에 상세한 답변을 제공하며 혹시나 모를 청탁금지법 위반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애썼다.
한 교수는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출장을 가게 됐다. 장비회사와 저녁 약속이 잡혀있는데 함께 식사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현재 장비회사와의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거나 혹은 그 회사를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라면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식사 대접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 근거로 ‘업체 선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공장 견학과 관련해 업체에서 식사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은 해당 교수에게 “단순 업무상 회의가 아닌 이번 일본출장의 경우 식사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제약회사가 주최하는 설명회에서 식사를 제공한다는데 참여해도 되느냐’고 질의했다.
병원은 설명회 참석자에 대한 ‘일률적 식사 제공’에 주목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한정하는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모든 참가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병원 측은 “직무와 관련된 공식행사에서 통상적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은 허용된다”며 “음식물 가액기준 역시 3만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정년퇴임 교수에 대한 선물 상담도 있었다. ‘골프채 퇴임선물’이 물의를 일으켰던 만큼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 산부인과 교수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후배와 제자들이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려고 하는데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일단 퇴직한 공직자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퇴직한 교수가 재취업 등으로 제자들과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7년 불거졌던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골프채 퇴임선물 사건의 경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퇴임을 맞은 교수에게 후배와 제자 17명이 70만원씩 모아 일본산 아이언 세트와 드라이버 1개 등 총 730만원에 달하는 골프채를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퇴임교수는 물론 선물을 제공한 교수 18명 모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혐의는 인정되지만 정상 참작할 부분이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교수들이 흔히 접하게 되는 강의료와 자문료, 출연료 등에 대한 상담도 다수였다.
한 교수는 “외부 학회에서 발표 의뢰가 들어왔다. 1시간 상한액과 총 사례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병원은 “공직유관단체의 경우 시간 당 4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대학교의 경우 시간당 100만원의 상한액 기준이 적용된다”고 전했다.
이어 “사례금 총액 역시 공직유관단체는 1시간 초과시 강의시간과 무관하게 6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학교 교직원은 사례금 총액에 제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TV나 모바일 방송 프로그램 출연료에 대한 질문에는 “단순 건강정보를 소개하는 경우 외부강의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상한액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