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대한병원협회
14층 대회의실은 요즘 불철주야의 연속이다
. 지난 3월
6일 이후 이 곳은 좀처럼 불이 꺼지질 않는다
.
평소 회의나 행사가 있을 때만 문을 열었던 이 곳에 최근 협회 직원 3분의 1이 상주하고 있다. 밤샘은 기본에 언감생심 주말을 언급할 수 없는 엄숙함의 연속이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오롯이 ‘마스크’에 맞춰져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전국 병원들에 불어닥친 마스크 대란 해결을 위해 결성된 대한병원협회 ‘마스크 대책반’이다.
대한병원협회는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들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공적판매에 나서면서 부랴부랴 대책반을 꾸렸다.
급박한 상황에 제대로 준비할 여유도 없이 마스크 대책반이 가동됐고, 수술용 마스크 40만6990장과 보건용 마스크 26만1956장 등 총 하루 66만8949장의 유통을 담당하게 됐다.
병원들의 주문을 받아 마스크 업체에 발주하는 업무였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였지만 실상은 한참 달랐다.
전에 경험해 보지 않았던 업무의 생소함은 차치하고 폭발적인 수요 대비 부족한 물량과의 싸움은 대책반원들이 겪어야할 고행의 시작이었다.
실제 마스크 공적판매 초기 병원들의 주문 폭주로 대한병원협회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유례없는 마스크 품귀현상에 격양된 병원들의 욕받이도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배정물량, 배송시점, 제품종류 등 쏟아지는 병원들의 불만과 항의를 일일이 응대해야 했다.
실제 협회 14층 마스크 대책반에 설치된 7대의 전화가 하루종일 불통이기 일쑤이다 보니 다른 부서를 통해 전달되는 쪽지만 하루 수 백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선 병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기에 기꺼이 정상의 삶의 반납하고 마스크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요즘 대책반의 하루는 24시간도 부족하다. 전국 병원들로부터 접수된 물량과 업체들로부터 공급된 물량을 대조해 최종 배송 병원 명단을 꾸리는 작업이 오후 7시쯤 마무리 된다.
이 때부터는 배정기준에 맞춰 병원별 배송 수량을 체크해야 한다. 수술용 마스크과 보건용 마스크 비율 조정도 이 시간에 이뤄진다. 모든 작업이 마무리 되면 자정을 훌쩍 넘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스크 공적판매처인 만큼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배송현황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서류 작업만 꼬박 3~4시간이 소요된다.
밤샘작업을 마치고 아침이 되면 병원들의 문의와 민원 전화와 씨름해야 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말 그대로 마스크와의 사투다.
대책반의 고행 덕에 전국 병원에 공급되는 마스크 물량은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 공적판매 초반 하루 30만개에 머물렀던 물량은 17일 현재 80만개를 상회하고 있다.
월요일인 지난 16일에는 140만개에 달하는 마스크를 발주했다. 마스크를 배정받은 병원도 1일 400여곳에서 900곳까지 2배 이상 늘었다.
물론 일선 병원에서는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급한 불은 진화됐다는 평가다.
대책반 한 관계자는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병원들의 수요를 맞추지는 못하고 있다”며 “공급량이 늘고 있는 만큼 곧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되는 밤샘에 힘들기는 하지만 진료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과 병원인들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