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신종 감염병 사태 한복판에서의 출마선언이었기에 비장함이 묻어났다
. 출사표 역시 창대한 비전이나 로드맵 대신 코로나
19 수습방안에 맞춰져 있었다
. 임기
2년 동안 코로나
19의 상흔 치유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 제
40대 대한병원협회 회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시도병원협의회 정영진 회장
(경기도병원회 회장, 강남병원 원장
)은
“코로나
19 사태 수습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
”는 각오로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 의료기관 손실보상은 물론 각종 감염병 관련 제도 개선에 이르기까지 대한병원협회가 보건당국의 카운터파트너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
의료 중심은 의사 아닌 의료진
정영진 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절감했던 소회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의사 중심의 기존 임상 패턴이 의료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술회했다.
적어도 감염병과 관련해서는 의사 개인이 아닌 간호사와 각 직역별 의료기사, 심지어 진단검사 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느꼈다.
최근 10년 동안 4번의 감염병이 찾아온 현실을 감안하면 의료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 하고, 해당 직역을 모두 아우르는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영진 회장은 “이번 병원협회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일선 의료기관들의 보상 문제와 감염병 정책 수립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는 별개로 병원산업의 규모와 미래가치 만으로도 병협은 대한민국 의료의 핵심단체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에 따르면 국내 병원 종사자 수는 60만명에 달하고 유관산업까지 포함하면 500만명 이상이 병원 관련 산업에 몸 담고 있다.
정 회장은 “국민총생산(GNP) 대비 의료비 비중이 10%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향후 의료산업은 규모와 잠재력 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이어 “다양한 직역과 직능이 연계돼 있는 병원이 그 주축이 될 것”이라며 “이번 병원협회는 향후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수석부회장 신설
현재 대한병원협회는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번갈아 회장을 맡는 구조다. 제도 변화에 따른 양 직역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나름의 묘책이었다.
때문에 각 직역 회장 임기 동안 상대 직역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해당 직역에 회무 중심이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는다는 지적이었다.
정영진 회장인 이러한 구조적 문제 해소책으로 ‘대학병원 수석부회장’을 제시했다. 적어도 대학병원들이 회무 결정에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병원협회가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을 아우르는 복합단체이다 보니 양보와 배려의 미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인력 문제 등을 감안하면 대학병원에 대한 중소병원들의 반감이 있겠지만 일정 부분에서는 중소병원들도 대학병원을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우선 대학병원 몫의 수석부회장직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회장과 가장 근거리에서 회무를 이끌어갈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무늬만 수석부회장이 아닌 실질적인 권한과 결정권도 부여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지나치게 높은 상급종합병원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적용되는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적어도 중소병원 출신 회장이라고 해서 중소병원 중심의 회무를 진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학병원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단언했다.
“인위적 단일화는 회원들 선택 권리 박탈”
사실 이번 병원협회 회장선거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의과대학 동기동창의 경쟁구도다. 정영진 회장은 앞서 출마를 선언한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과 의과대학 동기다.
때문에 일찍이 두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정영진 회장은 “인위적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적어도 정치판과 같은 이합집산이나 비정상적인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단일화는 회원병원들의 선택할 권리를 박탈할 수도 있다”며 “회장선출 규정이 1, 2차로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후보들 역시 병원계 발전을 위해 봉사의 각오로 출마를 결심했고, 정적이 아닌 만큼 편가르기나 인위적 단일화는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시금 불거진 원격진료 논란과 관련해서는 가부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기 보다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정영진 회장은 “Go나 No로 나뉘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국민이 원하고 국민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원격진료와 관련해서는 의료계 우려를 십분 인정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