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통원치료때 한 검사가 수술일 당일에 이뤄졌다고 진료기록부를 바꿔 쓴 의사에 의료법 위반은 인정되지만, 사기방조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사 측은 "환자들이 수술일에 검사가 함께 이뤄져야 더 많은 보험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했다"며 A씨에게 사기방조 혐의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고의성이 없었다는 의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부산지역에서 보험사들이 대대적으로 제기한 '백내장 수술 검사일 허위기재' 와 관련된 사건으로, 편의상 초음파검사일을 수술일에 맞춰 쓰는 안과 관행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장준아)은 의료법 위반과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 사건과 관련, 공소 내용 중 사기방조에 대해선 무죄판결을 내리고 나머지 혐의는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2015~2017년 부산에서 안과를 운영하는 의사 A씨는 백내장 수술을 결정한 환자 14명의 진료기록부를 바꿔 쓴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수술일 이전에 실시한 초음파 검사(Ascan, Bscan)와 안구계측 검사를 수술 당일날짜로 허위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수술 2~3일 전에 실시한 검사부터 최대 5개월 이전 검사를 수술 당일 날짜로 바꿔 기재했다.
이에 검사 측은 A씨를 의료법 위반 및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진료기록부를 바꿔 쓴 것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며, 또 검사일을 수술 당일로 바꿔 환자들이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보험사가 입은 피해금액을 1610여 만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A씨 측은 "환자들이 진료기록을 보험금 청구에 사용할 것이란걸 전혀 알지 못했다"며 반박했다.
또 "초음파 검사와 안구계측 검사는 백내장 수술 당일에 꼭 필요한 절차로, 수술 당일에는 이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검사일을 수술날짜로 바꿔 기재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백내장 수술과정을 고려해도 진료기록부를 허위 기재 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검사 측이 사기방조와 관련한 범죄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기방조가 인정되기 위해선 A씨가 환자들의 보험금 편취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검사일을 수술 당일로 허위 기재하면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한 A씨가 수납 편의상 수술일과 검사일을 같은 날로 기재해 관리했다는 사실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사기방조와 관련한 검찰 공소사실은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범죄사실 증명이 없을 때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325조에 의해 판결한다"며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을 선고했다.
수술 환자들, 사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헌법재판소 "처분 취소" 판결
한편, 검찰은 이 사건 환자들에 대해서도 2017년 사기 혐의로 기소유예처분했다.
해당 환자들이 가입한 보험은 20만원의 통원의료비와 5000만원 한도의 입원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이었는데, 입원한 수술 당일날 검사가 이뤄진것으로 해 더 많은 보험금을 타냈다는 것이다.
이에 환자 측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검찰의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또한 사기 혐의가 인정되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진료기록 기재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봤다.
검사일이 수술 당일로 바꿔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의학적 지식이 없는 환자들은 진료기록을 바꿔 쓴 것인지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헌재는 "환자들은 진료기록을 바꿔 기재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려 한 진술 등이 없고, 의사들도 편의상 수술일과 검사일을 동일하게 기재했을 뿐 보험금 편취를 도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러한 이유로 "검사 측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판단, 환자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