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사경을 헤매다 치료병실이 없어 대구에서 전북으로 전원 치료를 받아오던 고령의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생사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대구서 온 다른 2명의 환자도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29일 전북대학교병원(병원장 조남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대구에서 치료 중 폐렴 증세가 악화돼 지난 6일 전원된 윤모씨(87)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일반 음압병실로 옮겼다.
환자는 중환자실 치료 13일 만에 상태가 호전되면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자발호흡을 통해 대증치료를 받고 있다.
대구 동산병원에서 치료중이었던 이 환자는 폐렴이 급속도로 악화돼 숨이 점점 차오르면서 산소포화도가 80%까지 떨어지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당시 대구 경북지역 의료기관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 병실이 포화된 상태였다. 특히 상태가 악화된 중환자를 치료할 병실이 없어 전국 병원을 수소문 중이었다.
서울 경기 강원도까지 연락했지만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여력이 안 된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계속되던 중 전북대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섰다.
전북대병원의 연락을 받은 대구동산병원에서는 전북대병원까지 182km, 응급차로 3시간 거리를 달려왔다.
이송 당시부터 환자의 상태가 워낙 위중했기에 지역 내에서는 코로나19 첫 사망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코로나19 환자의 장례절차를 점검하기도 했다.
환자가 전북대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으며 산소포화도가 64%까지 떨어져 있었다. 의료진은 우선 환자의 호흡부전 치료를 위해 기관내삽관과 기계호흡(intubation & mechanical ventilation)을 시작했다.
환자는 기저질환으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경피적심혈관중재술까지 받아 심장기능이 잘 버텨주는 것이 관건이었다.
내과계중환자실 의료진들은 급작스럽게 악화되는 코로나19 임상경과를 시시각각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2시간 마다 2인 1조로 교대하며 환자 곁을 지켰다.
더욱이 윤 씨의 경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해서 회복되는 과정 중에 의료진은 A4 용지에 직접 쓴 수기 대화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치료에 임해야 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 환자의 심기능이 잘 버텨주었고 13일간의 집중치료 후 인공호흡기를 떼었으며 현재는 폐렴증상도 대부분 소실되었고 활력증후도 안정적이다.
환자를 치료한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흥범 교수는 “전원 당시 환자는 최대량의 산소 투여에도 이미 말초 부위는 청색증(cyanotic)을 보이고 있었다. 의식도 흐릿한 상태인데다 전원 당시 자녀들이 환자의 고통을 고려해 심폐소생술을 원치 않은 상태였기에 그저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힘든 치료와 경과가 예상되었지만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고 먼 길을 장시간 달려온 의료진과 현장에서 땀 흘리는 대구경북의 의료진을 생각하며 치료에 임했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국가지정음압격리병동을 가동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 왔다. 현재는 경증에서 폐렴으로 증상으로 악화된 준 중증환자 위주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실제 대구·경북지역에서 온 11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 특히 이번에 호전된 고령 환자를 비롯해 전원 된 3명의 고위험 환자가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음압병실로 옮겨서 치료를 받고 있다. 2명의 환자는 완치 판정을 받고 지난 27일 퇴원해 대구로 돌아갔다.
조남천 병원장은 “치료가 급한 위중한 환자를 위한 재난대응 치료병동을 운영 중이다. 의료역량을 총동원해 재난상황에도 환자안전을 지키는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