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대응에 보건복지부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기존에 계획돼 있던 의료정책들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내년 본사업을 앞둔 만성질환관리제도를 비롯해 금년 3월 본사업에 들어간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이하 만관제)은 내년 본사업 진행이 정상적으로 가능할지 불투명해졌다.
만성질환관리제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지속 관찰·관리, 교육·상담 등을 통해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동네의원의 지역주민 생활습관 및 의료이용 안내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에는 전국 75개 지역의 2540여 개 기관이 참여 중이다.
기존 2700여 개에 달했던 참여기관 중 100여 개 기관이 시범사업 참여를 철회했지만 대다수 기관들은 만성질환관리제가 일차의료기관들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여왔다.
이 같은 호평 속에 복지부는 당초 올해 1월까지 예정돼있던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내년부터 본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참여 지역과 기관을 확대하고 시범사업 평가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암초로 이 같은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 예정돼있던 공모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참여 의원들에서도 만관제 사업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 시범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보장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만관제에 참여 중인 서울 소재 A의원 원장은 “환자들이 코로나에 대한 우려로 병원에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아 교육을 거의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만관제 올 스톱 상태”라고 설명했다.
역시 만관제 참여 기관인 수도권 B의원 원장도 “만관제 등록 환자들이 병원에 오기를 꺼려 전화 처방 문의가 많아지는 등 정상적인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해당 병원에서는 고위험군인 당뇨 환자들의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아예 감기 환자를 받지 않는 등의 고육지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구시 소재 의원 원장은 "이전에는 식후 혈당 검사를 위해 환자들이 식사를 하고 병원에서 운동을 하면서 두 시간정도 기다렸는데 이제는 병원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려 해 불가능하다"며 "만성질환관리제는 아예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현재 만관제 관련 홍보는 하지 않고 있고 상반기에 복지부가 진행할 예정이었던 공모도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 현행 기준 충족 불가능
재활의료기관 지정 사업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해당 사업은 재활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해 2017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시범사업을 마무리 짓고 50여 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 끝에 26개 재활의료기관을 선정해 3월부터 본사업에 돌입했다. 이들 26개 기관은 후향적 평가를 통해 지정됐으며 인력 기준 등도 모두 충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기존 인력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대거 퇴직해 인력 기준 등을 맞추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대해 재활의료기관협의회 이상운 회장은 “애초 인력 기준이 높은데다 지금은 신규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이대로라면 현재 지정된 기관들도 향후에 다 떨어져 나갈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복지부와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이마저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향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나머지 기관들의 경우도 코로나로 인해 기준을 충족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현행 기준대로라면 지정이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 외에 올 상반기 공모 예정이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사업이다 보니 코로나 영향이 크다”며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연기해 현재는 5월 중에 공모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