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코로나19 정국에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당 병원 유치 목소리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전문병원이 ‘선호시설’이라기보다는 ‘혐오시설’에 가깝기 때문에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 극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NMC)은 중앙감염병병원 설립 문제로 기초자치단체와 갈등을 겪었고,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감염병전문병원이 들어설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기도 했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각 지역구에 출마한 여야의 감염병전문병원 유치 공약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총선 공약집에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공언했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대선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지역구에 출마한 여당 의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인천 남동구갑·연수구갑 등에 각각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박찬대 의원 등은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지역에는 감염병전문병원이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NMC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NMC가 이전할 서울시 서초구에서 ‘NMC 중앙감염병병원 별도 건립 저지대책’ 문건을 만든 것으로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복지부는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관련해 서초구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고, 서초구는 주민 공청회를 열어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혀 상황이 일단락 됐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사례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 초기,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우한교민 격리수용 예정 지역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주민들로부터 물병·종이컵·나무젓가락 등 세례를 받았다. 일부는 김 차관의 옷과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2월 임시국회’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윤종필 미래한국당(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수도권·중부권·영남권·호남권·제주권 등 5개 주요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및 지정토록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시행 후 1년 내에 감염병전문병원 실시계획을 국회에 보고토록 규정했다. 쉽게 말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시기를 비롯해 전반의 계획들을 법으로 못 박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복지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음을 감안하면 주무부처의 반대는 이례적이다.
김 차관은 지난달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대해 “감염병전문병원 5개 권역 확충은 지역별로 반대가 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권역과 시행시기를 법적으로 못 박는다는 점은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음압병동·음압수술실 등을 갖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2개소 신규 지정을 위한 설계에 4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017년 NMC와 조선대병원이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됐으나, 현재 NMC는 현대화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공전하고 있고 조선대병원도 오는 2023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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