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신종 감염병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질병 퇴치 최전선 사령탑으로 활동하다 장렬하게 순직한
‘인류 주치의
’를 그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
한국인 최초의 유엔 전문기구 수장을 역임한 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질병과의 싸움을 일생일대의 과제로 삼은 그는 생전 “감염병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파멸을 막기 위해 대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인류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가 2003년부터 2006년 5월 작고할 때까지 만들어 둔 전염병 보고 및 감시체계, 상황별 대응 전략은 신종플루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번 코로나19에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이 총장은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 나라는 의무적으로 WHO에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국제보건협약’을 제안했다.
지구가 1일 생활권임을 감안해 국제공조를 통한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들은 국가 이미지 타격을 고려해 협약에 거부감을 보였다. 이 총장은 이들을 만나 일일이 설득해 협약을 가결시켰고, 2007년부터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현재 190여 WHO 회원국은 24시간 내 신종 감염병 발생 정보를 보고하고 있다. 그의 신념이 국경을 넘나드는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중추 역할을 한 셈이다.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는 국제적 차원의 질병이 발생했을 때 통제, 치료 등 대응책을 내놓는 비상상황실이 있다.
감염병 전쟁에서 인류측 사령본부 역할을 하는 이곳의 공식 이름은 ‘JW Lee 센터’다. 이름하여 ‘이종욱 전략보건작전센터(JW Lee Center for Strategic Health Operations)다.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이곳에서 각국의 전염병 정보를 토대로 즉각적인 대응 전략이 세워진다. 센터의 대형 모니터에는 구글(Google) 지도가 떠 있고 신종플루 발생지가 표기된다.
그가 어떤 공적을 남겼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질병의 확산 범위에 따라 발령하는 '대유행병(Pandemic) 6단계 경보 체제'가 제정된 것도 그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그의 행적이 재조명 되는 것은 지구촌 77억 명의 건강을 지키는 게브레예수스 현 WHO 사무총장의 석연찮은 행보에 기인한다.
실제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에 휘둘리는 행보를 보였고, 뒤늦은 팬데믹 선언으로 사퇴 청원이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5년 조류독감 창궐 당시 “WHO가 전염병 위험을 과장해 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고 있다”며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故 이종욱 사무총장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그는 당시 비난 여론에 “나중에 희생자 숫자가 예상보다 적어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지금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을 널리 알려 대비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비판에 굴하지 않고 전염병 전문가를 파격적으로 요직(要職)에 발탁했으며, WHO의 판데믹 인플루엔자 대응 체제를 재편했다.
이 총장은 국가별·대륙별 전염병 환자 발생 상황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전략을 치밀하게 짰다.
1960년대 홍콩 독감 대유행 이후 40여년 만에 전략을 재편한 것이다. 이후 WHO 대응 지침은 전 세계로 전파돼 각 나라가 감염병에 맞서는 기본 틀이 됐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는
“전세계가 신종 감염병으로 패닉 상태에 놓인 지금
故 이종욱 박사의 존재감을 절감하게 된다
”며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사무치게 그리운 분
”이라고 말했다
.
한편, ‘세계를 품은 의사’ 이종욱 박사는 그는 2006년 5월 22일 세계보건총회 하루 전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점심식사 후 구토 증세를 보여 제네바의 한 병원으로 호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하며 6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