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46만명, 사망자가 2만1000명(26일 기준)을 넘어서고 WTO에서 판데믹을 선언하는 등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의 여러 병원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슈화됐다. 국내 확진자 또한 꾸준히 증가해 9천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는 131명에 달한다. 국내 첫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대남병원부터 확진자 발생으로 17일간 모든 진료가 중단된 은평성모병원, 환자와 의료진에 이어 병원장까지 감염돼 총 4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분당제생병원, 17세 소년의 죽음이 코로나19 PCR검사 신뢰성까지 이어져 논란이 된 영남대의료원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주목받은 병원 사례를 모아봤다.
122명 감염···국내 첫 집단감염 청도대남병원
경상북도 청도에 위치한 대남병원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의료기관이다.
총 122명이 감염됐고 그중 7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첫 사망자와 두 번째 사망자 모두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발생했다.
신종 감염병이 정신병동에서 발생하는 사례는 흔한 경우가 아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정신병동에서 발병한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불행하게도 (청도대남병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 거의 전원이 확진되고 치사율 또한 일반 환자보다 높게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신병동은 폐쇄적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입이 쉽지 않아 감염병이 유입될 확률이 낮지만 정신병동의 특성상 유입되면 전파는 매우 빠르게 이뤄진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또한 장기간 입원 생활로 인한 환자들의 면역력 저하와 병원의 비위생적 환경, 창문이 작아 환기가 안 되고 집단 프로그램 등이 많은 정신병동의 특징이 바이러스를 단기간에 전파하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보건당국은 지난 2월 22일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 중인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코호트(Cohort) 격리 조치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코호트 격리 조치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병원 내 코로나19 환자 발생은 주로 폐쇄병동으로 운영되었던 정신병동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며 “정신병동에 입원 중인 확진자는 해당 병원에 코호트 격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병원 환경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환자 전원을 타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재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은 중증인 경우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경증인 경우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전원돼 치료받고 있다. 지난 3월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청도대남병원 환자의 첫 완치 소식을 전한 후 인하대병원 등이 연이어 완치 사례를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아직 청도대남병원의 감염경로를 확인하지 못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3월 16일 브리핑에서 “대남병원은 대구 신천지와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7일 진료 폐쇄 홍역 치른 은평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은 지난 2월 21일 환자 이송요원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시작으로 연달아 확진자가 발생하자 진료폐쇄에 들어갔다. 진료를 재개한 지난 3월 8일까지 자그마치 17일 동안 외래와 응급실 진료 등이 폐쇄됐다.
환자 이송요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후 은평성모병원은 확진자 가족 및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닷새 만에 14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은평성모병원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 및 재원환자 2725명의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를 진행해 전원 음성의 결과를 공개하고 더 이상의 원내감염 확산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월 8일 진료 재개에 들어간 은평성모병원은 동선 단일화, PCR 검사 결과 발표 전까지 환자를 격리할 수 있는 안심병동 마련뿐만 아니라 별도의 감염관리감시단을 구성해 내원객 출입 및 코로나19 증상 관리를 더욱 강화하며 국민안심병원에 지정되기도 했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병원 내 감염은 2명으로 막아냈으며 진료 재개 후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은평성모병원의 장기간 폐쇄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선 과도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만으로 의료기관을 폐쇄한다면 다수 의료기관이 문을 닫아야 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은평성모병원을 17일간 폐쇄 조치한 것은 부적절하고 의학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조치였다”라고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적했다.
최대집 회장은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은 일정 수준 이상 소독 후에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히 확진자 노출만으로 의료기관 폐쇄 조치는 국민건강 관리에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치료를 방해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독 등 조치 후에는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욱 의협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도 “확진자에게 노출된 공간과 사람에 대한 범위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진료가 폐쇄됐다”며 “수차례 방역·소독으로 추가 감염 위험이 없는데도 2주 이상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자·의사·직원 이어 원장까지 감염 ‘분당제생병원’
경기도에 위치한 분당제생병원은 지난 3월 5일 분당제생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76세, 남성)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환자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직원에 이어 병원장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25일까지 분당제생병원은 81병동을 중심으로 관계자 총 44명이 감염됐는데 이 중 전공의 등 의료진만 22명이었다. 분당제생병원 병원장 또한 지난 18일 확진 판정받았다.
분당제생병원 관련 코로나19 첫 확진자인 A씨는 지난 3월 3일 폐렴 증상을 보여 분당제생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진 판정받았다. 현재 부천순천향대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 중이다.
A씨가 분당제생병원 응급실에 다녀간 다음 날 간호사 등 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분당제생병원은 A씨와 동선이 겹친 1명이 나머지 7명을 집단 감염시켰다고 밝혔다.
감염된 8명은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 환자 3명으로 병원은 6일 오전 0시 30분을 기해 외래 진료와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은 초기 감염자 확인 당시 접촉자 명단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기도는 앞서 분당제생병원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 지난 5일 81병동 출입자 명단을 제출받아 조사했는데 일부가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초기 접촉자 자료를 누락한 것에 병원 측의 고의성이 짙다고 보고 법적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지만 선회해 엄중경고에 그쳤다.
집단 감염이 발생 및 접촉자 직원 명단을 고의 누락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3월 19일 병원은 “접촉자 144명 명단 축소·누락에 대해 고의성은 없었다”며 “병원 잘못으로 상심 끼쳐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17세소년 안타까운 사망에 부메랑 영남대의료원
지난 3월 18일 폐렴을 앓던 17세 소년이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사망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만약 코로나19 확진자였다면 10대 첫 사망 사례였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B군은 지난 13일 오전 발열 등 증상으로 경북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검사결과 폐렴 징후가 나타나 이날 오후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B군은 어떠한 기저질환도 앓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앞서 B군은 이날 경산 중앙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영남대병원에서 실시한 PCR검사 결과 사망 전날까지 받은 검사는 음성이 나왔지만 사망 당일 받은 소변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발견돼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학교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복수의 대학병원에서 검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B군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중앙임상위 또한 지난 3월 2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을 통해 “폐렴으로 숨진 17세 소년의 사망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닌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B군에 대해 다른 검사기관들과 상이한 결과를 내놓으며 영남대병원은 코로나19 진단검사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영남대병원에 대해 코로나19 관련 진단검사 중단 조치를 내려 지난 3월 19일 오후 3시 30분경부터 병원이 수행하던 진단검사는 중단됐다.
영남대병원은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검사의학회의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 17세 사망자의 미결정 정 사례 원인은 검사과정 중 일시적 일부 오염에 의한 것이다”며 “이것이 전체 검사결과에 영향을 주는 수준이 아니며 영남대병원의 검사 신뢰도는 여전히 높다고 평가받았다”고 전하며 21일 진단검사를 재개했다.
중대본 유천권 진단분석관리단장은 “영남대병원 검사 원자료를 재판독한 결과 환자 검체가 없는 대조군 검체에서도 PCR 반응이 확인되는 등 실험실 오염 및 기술 오류 등의 가능성이 의심됐다”고 말했다.
김성호 병원장은 “담당 의료진이 7차례 검사를 시행했고, 마지막 소변검사에서 비전형적이나 양성 소견이 의심돼 질병관리본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일로 일각에서 그동안 진행한 모든 국내기관의 진단검사 신뢰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지만 진단검사의학회 등 전문가들은 기존 검사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송상훈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총무이사는 “진단검사 오류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모든 검사결과는 모니터링되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체크하고 있는 만큼 기존 검사 신뢰도와 관련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