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최근 n번방 성착취 및 서울 대형병원 산부인과 내 인턴의 성추행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 성범죄 관련 법안 8건의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성범죄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 이적사항 및 처분내용 공개, 국가시험 응시제한 등 내용을 담고 있는데, n번방 사태로 제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4·15 총선 후 ‘내실 있게’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관심이 쏠린다.
1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면허취소·자격정지 처분 및 신상 공개 등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 6건, 의료인 그루밍 범죄 가중처벌 및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준해 처벌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 1건, 성범죄 등 징계를 받은 경우 국가시험 응시 제한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 1건 등 총 8건이다.
세부적으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은 의료인이 대리수술·진료 중 성범죄·무허가 주사제 사용 등을 한 경우 면허취소 사유 명시 및 업무상 과실로 형 선고를 받은 경우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윤후덕·손금주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의료행위 중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업무상 과실로 사상이 발생할 때 의료인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 사유 추가 및 면허 재교부 제한기간 연장 등을 명시했다.
남인순 의원안은 의료인 결격사유로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선고유예를 받았을 때로 강화하고, 장정숙 민생당 의원안은 의료인이 성범죄를 범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형 확정 전까지 면허자격 정지·벌금형 이상 선고 시 면허취소 및 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더 강력하다.
권 의원 법안은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특정 강력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일정기간 동안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저질렀을 때 면허취소는 물론 성명·위반행위·처분내용 등을 공개토록 규정했다.
신창현 의원안은 ‘의료인-환자’ 간 신뢰를 악용해 저지르는 그루밍 성범죄 혹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토록 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자기의 진료를 받는 환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경우에는 형법의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준해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최도자 민생당 의원안은 국가시험 등에 응시하는 자가 생명윤리 위반·성범죄 등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 시험 응시를 제한하고, 징계여부 등에 대한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의료인 성범죄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 다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여야가 법안 통과를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타 직종과의 형평성·타법과의 유사성·과잉 처벌 등을 이유로 법안 통과는 번번이 좌절됐다.
그런데 n번방 사태와 함께 최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인턴의 불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20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들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4·15 총선 이후 20대 국회가 5월 29일 끝나면 의료기관 내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발의됐던 의료인 성범죄 관련 8개의 의료법 개정안은 모두 폐기된다”며 “제20대 국회 폐회 이전에 한 차례 임시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료인 성범죄 관련 8개 의료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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