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사이에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으로 통하는 이 면역 반응은 폐에 극심한 손상을 가해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사이토카인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차단하는 인공 수용체 단백질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부분적으로 항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이 물질은 세포 실험에서 사이토카인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MIT 미디어랩 산하 '분자구조 실험실'의 장 수 광 수석연구원과 MIT 코흐 연구소의 칭 루이 연구원이 주도했다. 이들은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이기도 하다.
관련 논문은 17일 국제 학술지 'QRB 디스커버리(Quarterly Review of Biophysics Discovery'에 실렸다.
사이토카인은, 염증과 다른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신호전달물질(단백질)이다. 그런데 사이토카인은 세포의 표면 수용체와 결합해야 작용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신종 코로나 외에 에이즈 바이러스(HIV), 간염 바이러스 등의 감염으로 촉발된다. 또한 각종 세균 감염이나 암 면역치료의 부작용으로 생길 수도 있다.
연구팀은 우선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갖게 하는 데 공을 들였다.
물에 녹아야 혈액을 타고 몸 안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짜 수용체처럼 소수성을 띠는 단백질은 세포 표면에 잘 달라붙는다.
사이토카인 수용체와 같은 세포 표면 단백질은 떼어내는 순간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속성도 갖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팀은 소수성 아미노산을 비슷한 구조의 친수성 아미노산으로 대체하는 QTY 코드를 개발했다. 세포 표면 단백질의 소수 영역(hydrophobic region)을 수용성으로 변하게 조작한 것이다. 여기에다 'FC 리전(FC region)'이라는 항체 조각도 붙였다.
수용체 단백질이 혈류를 타고 도는 동안 더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게 돕고, 면역계로부터 공격받을 위험도 낮추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케모카인, 인터페론, 인터류킨 등 6종의 사이토카인과 결합하는 수용체 모방 단백질을 디자인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 테스트에서 이들 인공 사이토카인 수용체는 진짜와 비슷한 강도로 사이토카인에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사이토카인 폭풍이 진행되는 동안 분출된 과도한 사이토카인을 대부분 흡수하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동물 시험을 거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은 인간의 세포에 테스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구팀은 "아직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 임상시험과 인간 임상 연구가 남아 있다"라면서 "하지만 사이토카인 폭풍과 관련된 바이러스 질환의 임상 적용에 기여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