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코로나19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이 주 보건부와 병원을 고소하는 사례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뉴욕주 간호사협회(NYSNA)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마스크와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 보건부와 몬테피오레병원, 웨스트체스터병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뉴욕주 대법원과 연방법원 등에 각각 소장을 제출했으며 ▲간호사 보호를 위한 불투과성 의료복 미지급, ▲숙련 간호사 미배치, ▲임신부를 포함한 고위험군 직원에 안전 환경 미제공 등을 소송 이유로 꼽았다.
뉴욕주 간호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보건부와 몬테피오레·웨스트체스터 병원은 간호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험에 빠트림으로써 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까지 위험으로 내몰았다”며 “70% 이상의 간호사가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됐으며 대부분 검사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주정부가 매일 새로운 마스크를 의료진에게 제공하도록 지침을 세웠지만 실제 현장에선 많은 간호사들이 마스크는 물론 보호복 등 의료장비를 며칠 동안 재사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간호사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완치되지 않은 간호사를 너무 일찍 업무에 복귀시키는 바람에 병원을 ‘바이러스 배양접시’로 만들어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뉴욕주는 현재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간호사를 7일 간 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NYSNA에서는 최소 14일의 유급 병가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장에 첨부된 간호사들의 진술서에는 “간호사가 증상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이 검진을 거부해 자비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거나 “N95 마스크를 한 개 지급 받았으나 너무 커서 감염 우려가 있었다”는 등의 증언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뉴욕주 의료진들은 부족한 보호장구를 대신해 쓰레기봉투를 가운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4만2000명의 간호사 회원이 소속된 NYSNA에서는 현재까지 최소 11명의 소속 간호사가 코로나19로 숨졌으며 84명이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간호사는 954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전국 간호사 노조(NNU)도 21일(현지 시각) 백악관 앞에서 개인보호장비 대량 생산을 위한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NNU는 "건강과 안전에 대한 연방 정부의 기준도 없이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은 개인 보호 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코로나19에 노출돼 있다"며 "의회는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보호장비를 생산하고 대대적인 검진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은 9000명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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