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초반 모든 한국인의 입국을 차단하는 등 반일 감정을 건드리는 방역 정책을 펼치던 일본이 올림픽 개최 무산 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폭하면서 사실상 의료체계 마비 등 전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1일 기준 390명이 증가, 누적 1만2255명을 기록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712명)를 제외해도 한국보다 많은 수치다. 사망자 또한 20명이 늘어 296명으로 한국보다 58명 더 많다.
이에 비해 같은 날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9명에 그쳐 누적 1만694명을 기록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은 지난 2월 중순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일어난 후 하루에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평균 3~40명 정도의 일일확진자가 발생하던 일본은 방역 강화 차원에서 한국인 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한국 일부 지역에 대해 입국금지를 발표하는 등 강경한 대처를 이어갔다.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모든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언론에 먼저 보도돼 한국인 유학생들과 여행객들이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 정부가 우수한 방역체계를 통해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 관리함에도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부당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충분한 협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없이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드라이브 스루나 워킹 스루 등 선제적 대응을 통해 확진자 수를 점차 줄여나간 한국과 달리, 일본은 금년 7월 개최 예정인 올림픽 연기나 취소를 우려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사람만 선별해 검사를 진행하는 등 소극적 대응을 이어갔다.
지난 3월 7일 기준으로 코로나19 검사건수는 한국이 18만8518건으로 일본 8029건에 비해 23배 이상 많았다.
특히 3월24일 국제올림픽(IOC) 위원장이 금년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을 2021년으로 연기한다는 발표 이후 일본 코로나19 확진자는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평균 약 40~50명이던 일일 확진자수가 400명까지 늘어나며 일본 정부가 올림픽 취소나 연기를 피하기 위해 확진자를 숨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일본내 확진자 수치는 NHK 집계 기준으로 ▲17일 555명 ▲18일 584명 ▲19일 374명 ▲20일 347명 ▲21일 390명으로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병원서 코로나 증상 응급환자 거부 등 의료체계 붕괴
코로나19 확진자가 단기간에 급증하자 도쿄 내 여러 병원은 원내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응급 환자를 거절하거나,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해 다른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오사카(大阪)시에서는 의료진이 착용할 방호복이 부족해 대용품으로 비옷을 사용하는 등 의료용품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한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80개 병원을 전전하다가 도쿄의 한 병원에서 겨우 치료를 받았다.
다른 발열 환자도 구급대원 도움을 받아 40개 병원에 연락을 취한 후 응급병실을 내주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일본 응급의학회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많은 병원들이 의심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응급실에서 뇌졸중, 심장마비, 외상 등 응급 환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 유전자 정보로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게놈(genome·유전체) 의료 분야에서 일인자로 꼽히는 나카무라 유스케(中村祐輔, 67)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 또한 19일 도쿄신문에 기고를 통해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의료체계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병원 내 감염을 피하고자 감염 의심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 제한된 '구명구급센터'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그 결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긴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례도 나와 의료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잠복 기간이 길고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 감염은 집단 감염을 추적하는 것만으로 억제할 수 없다"며 "일본은 검사 범위를 축소해 의료붕괴를 억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검사를 받을 수 없는 경증자나 무증상 감염자가 행동의 제한을 받지 않아 감염이 확산된 것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