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유독 요양병원들에게만 가혹했던 정부의 정책 방향 선회가 또렷하다
. ‘요양병원 패싱
’이라고 볼멘소리를 내던 요양병원들은 반색하는 모습이다
.
그동안 요양병원들은 노인의료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정부 정책에서 각종 규제와 역차별에 신음해야 했다.
△급성기 병원보다 까다로운 당직의료인 규정 △요양병원만 배제한 감염관리료와 환자안전관리 수가 △본인부담상한제 별도 적용 △상급병실 건강보험 제외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제외 △중증치매 산정특례 별도 적용 △인증평가 의무화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정책에서 요양병원이 배제돼 있거나 급성기 병원에 비해 훨씬 강화된 기준을 강요 받으면서 요양병원계의 반감도 커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냉대가 이어졌다.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정부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특히 행정명령을 위반한 요양병원의 손실보상과 재정지원 자격을 박탈하고, 방역조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요양병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와 한국만성기의료협회 등 유관단체들은 “모멸감을 넘어 비참한 생각까지 든다”며 공분했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을 격려해 주지는 못할망정 마치 집단감염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듯한 정부의 행태에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정부는 요양병원들의 반발에 난색을 표하면서 “집단감염 방지 일환으로 이해해 달라”고 한 발 물러섰고, ‘한시적 감염관리료 적용’ 카드를 제시하며 요양병원 달래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들은 지난 달 24일부터 감염예방·관리료를 한시적으로 지원받게 됐다.
입원환자 1명 당 하루 1150원이다. 이는 급성기 병원의 60% 수준으로 입원환자 100명을 기준으로 한 달에 343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
감염예방·관리료는 2019년 9월 1일 신설된 수가항목으로, 종합병원과 150병 이상 병원에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면 수가를 보전해 준다.
이를 받으려면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의 경우 1년 이상 감염관리실 근무경력이 있는 1명이상의 감염관리 간호사를 둬야하며 병상규모에 따라 추가로 배치해야한다.
하지만 이번에 요양병원에 한시적으로 적용한 감염예방·관리료는 감염관리 책임 의사, 간호사를 지정하면 되고, 급성기병원과 달리 겸직이 가능하게 하는 등 요건을 완화했다.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 ‘제외’
요양병원들의 불만 중 하나였던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 부담 역시 덜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인 및 환자안전을 위한 보안장비 설치, 보안인력 배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 정신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의료인 및 환자안전을 위한 보안장비를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지난해 8월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100병상 이상 요양병원도 포함됐지만 최종 심의 과정에서는 제외됐다.
당시 요양병원들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요양병원에까지 보안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토록 한 부분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은 응급실, 정신질환자, 외래진료가 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만큼 굳이 폭행에 대비해 보안요원을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
실제 의료법상 요양병원 입원 대상은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환자 등 응급환자나 정신질환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보안인력 의무 배치에 따른 인건비 역시 요양병원들에게는 부담이었다.
개정안에는 1명 이상을 배치토록 명시하고 있지만 24시간 근무하는 보안업무 특성상 3교대로 운영할 경우 최소 3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최소 1억원 이상의 예상치 못했던 인건비 추가 지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요양병원 전체로 보면 약 2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요양병협 측은 추산했다.
손덕현 회장은 “폭행사건이 상대적으로 빈번한 급성기병원의 진료환경을 집중 개선하고 폭행 안전지대인 요양병원은 보안요원 배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요양병원계의 주장을 수용한 부분은 고무적”이라며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