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한정형외과학회의 영문학회지가 인용 지수 부족으로 SCI 등재에 난항을 겪자 학회 차원에서 최근 회원들에게 인용을 권고하며 구체적인 보상안까지 마련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회가 "학술지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려책"이라고 설명하는 것과 달리 일각에선 편집인 윤리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최근 회원들에게 영문학회지 CiOS(Clinics in Orthopedic Surgery)의 논문을 활발히 인용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적극 동참한 수련병원들에게는 학술상 수상 및 위원회 활동에서 적정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한정형외과학회 A이사는 "학술상의 경우 10% 정도 가산점을, 위원회 활동은 이사 등 임원선정 등에서 일정한 혜택이 있다"고 설명했다.
CiOS는 대한정형외과학회가 SCI 등재를 목표로 지난 2009년 창간한 공식 영문학회지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SCI급 등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7년 등재 후보에 선정됐다는 의미인 E-SCI에 선정되는 성과에 그쳤을 뿐이다.
학회는 낮은 인용지수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2020년 1월 기준 CiOS 인용지수는 1.745다. SCI급 등재를 위해선 적어도 2.0 정도의 인용지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정형외과의 경우 논문을 게재하거나 인용할 때 CiOS보다는 각 분과학회지를 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 상위 학회지엔 대한정형외과학회지가 있어 비교적 CiOS에 대한 관심이 낮은 듯 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학회는 앞서 회원들에게 인용을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 1월에는 각 수련병원별 인용 횟수를 공개하며 해외논문 발표시 가급적 CiOS의 논문을 인용해줄 것을 거듭 권유했다.
이 같은 권고활동 결과 실제로 CiOS의 인용지수는 지난해 말 0.99에서 몇 개월 새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한 권고문을 통해 “인용지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등재 후보지들과 아직 비슷한 수치”라며 “규정이 바뀐 후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로 논문 투고와 인용을 잠시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상을 전제로 한 정형외과학회의 이 같은 권고활동은 자칫 편집인 윤리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견해가 피력된다.
학회 권고문과 보상안을 확인한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의편협) B위원장은 “편집자나 심사자 등이 논문의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저자들에게 인용을 권유하는 것은 자칫 인용조작(Citation manipulation)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편집인 윤리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꼭 인용돼야 할 논문의 인용이 되지 않았을 때 편집자가 권유할 수 있지만, 특정 학술지를 참고문헌으로 인용하도록 하는 인용조작은 과학적 중요성을 흐리고 편집인 윤리에 반하는 비윤리적 행위로 간주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형외과학회 측은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명백한 이득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편집인 윤리를 잘 모르는 몇몇 학회들이 금품 등 대가를 제공해 인용 횟수를 높이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이 같은 사례와는 달리 직접적인 보상이 주어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대한정형외과학회 A이사는 “학회지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려책”이라며 “학술상의 경우 학회가 제정하는 상으로 소정의 가산점(10%)이 붙는 정도이며, 학회 이사 활동 참여도 특별한 혜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객관적으로 필요한 내용에 한해 인용권고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유사한 연구내용을 다룬 여러 개의 논문이 있을 때 ‘기왕이면 CiOS의 논문을 참고해달라’는 것이다.
아울러 목적이 어디까지나 국내 의학 발전을 위해서란 점도 강조했다.
A이사는 “학회지가 발전하면 해외 석학들의 투고도 잦아지게 되고 이를 통해 국내 정형외과학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인위적인 인용지수 조작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선에서 장려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