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장 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통상적 협상과는 다른' 차원의 인상률을 주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단 측도 '국민경제 회복'을 들며 건강보험료 상승을 경계하는 입장을 내비쳐 밴딩(추가소요재정) 결정까지는 올해도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공단은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약단체장들과 수가협상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국민건강보험법상 협상은 5월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매듭을 지어야 하지만 올해는 31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6월1일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가협상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19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다만 같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어냈음에도 이를 해석하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의협은 올 3월 중소병원 매출액이 30% 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또한 의료기관 건강보험 선지급제도 확대 시행 당시 "특정 진료과의 진료 수입이 많게는 80%까지 줄어드는 등 의료기관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의협과 병협은 '통상적 협상과는 달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상견례 자리에서 최대집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는 내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통상적 수가협상 절차와 더불어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측면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호 병협 회장도 “수가협상을 위한 자료 검토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수가 협상을 통상적 협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공단은 ‘국민경제 회복’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익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이 생활방역 단계로 접어든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함께 국민경제 회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라며 “의료계의 어려움도 크고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국민의 부담도 크기 때문에 쌍방 간 입장을 고려하며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가협상 결과 예년보다 인상률이 높을 경우 공단은 보험료 상승에 따른 부담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과 매해 증가하는 적자분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밴딩폭이 구체화 될 때까지는 험로를 걸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수가협상 시일을 넘긴 6월 1일이 돼서야 1조478억이라는 규모가 결정됐다.
최근 5년간 밴딩폭을 보면 ▲2016년 6503억원 ▲2017년 8143억원 ▲2018년 8234억원 ▲2019년 9758억 ▲2020년 1조478억 등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비슷한 추세라면 2021년도 수가협상에서도 추가 재정이 1조원 이상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만, 의협 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통상적 협상률+α’ 변수에 대한 논의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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