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점 과제로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추진 의지를 재차 천명한 가운데 복수의 지자체들이 유치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있었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포함한 여야 후보 대부분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016년 질병관리본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5개 권역에 50병상 이상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01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호남, 중부, 영남 등 3개 권역 35병상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이후 호남권의 조선대학교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으나 정상 가동은 2023년께나 가능해 사실상 국내에 감염병 전문병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병상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4일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및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음압병실 확충사업 참여희망기관 공모’방침을 공개했고 이후 지자체들의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를 위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간에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입원 대기 중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던 대구시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봤던 계명대 동산병원과 경북대병원 등이 감염병 대응 경험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 외에 경북 포항시, 안동시 등도 각각 지자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감염병전문병원 유치 의지를 표명했다.
중부권에서는 충북도와 충북대병원이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를 내세워 유치를 신청할 계획이다.
인천, 제주 유치 의사 피력···박원순 서울시장도 "감염병 전문 병원 신설"
설립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인천, 제주도 등의 지역도 적극적으로 유치를 추진하고 나섰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한 해외 감염병 유입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을 피력했고 제주도 역시 해외 여행객들이 많으며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달 국회 복지위는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대상에 기존 중부권과 영남권 외에도 인천과 제주도를 추가했으나 예산 문제로 결국 올해 공모 대상에는 제외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인천 남동갑)은 "내년도 예산에 인천 영종도 감염병 전문병원 추진을 위한 설계비를 반영해 주민들을 위한 종합병원 역할까지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박남춘 인천시장과 인천시의회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해당 지역들의 경우, 내년도 예산확보 상황에 따라 추가적으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구축할 예정이다.
공모 사업과 별개로 서울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국립중앙의료원의 미군 공병단 부지 이전과 함께 감염병전문병원 신설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의 감염병 대응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