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낮다면 일반인과 같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한희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 중증도와 임신 성공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염증성 장질환은 본래 서구에 흔한 질병이나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30대의 젊은 성인에게 많이 나타나며 여성의 경우 출산 시기와 맞물려 있다.
여성들은 난치병이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치료 약제가 태아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염려로 임신을 피하거나 임의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15~50세의 가임기 여성 중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대장염)으로 5회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해당 기간에 임신이 확인된 2058명의 환자를 전수조사했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은 중증도가 낮은 군과 높은 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중증도가 낮은 군은 6개월 미만의 스테로이드 처방, 1년 미만의 생물학적 제제 처방, 그리고 장 절제술을 받지 않는 경우로 정의했다.
먼저 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임신 성공률은 25.7%로 비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32.3%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 여성들이 난치성 질환과 치료 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의도적으로 임신을 피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했다.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낮은 군은 대조군과 비교시 출생률(68.9% vs 69.9%), 자연유산(12.6% vs 11.9%) 및 제왕절개(39.5% vs 38.8%)의 빈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임신 합병증 빈도(7.4% vs 8.1%) 역시 대동소이했다.
즉, 염증성 장질환이 있더라도 질병 중증도가 높지 않으면 일반인과 비슷한 임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높은 군에서는 대조군보다 자연유산율(14.9% vs 11.9%), 제왕절개(46.4% vs 38.8%), 자궁 내 성장지연 빈도(3.4% vs 1.0%)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희 교수는 “가임기 여성은 질병 자체가 임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지양해야 하며, 오히려 임신 전 적극적으로 염증을 조절하는 게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소화기학회지인 소화기약리학 및 치료학(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IF=7.731) 2020년 5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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