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위원회가 2021년도 수가협상에서 '코로나19 이슈'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서 내년도 추가소요재정분(밴딩)이 '1조원의 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공단은 20일 대한치과의사협회와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1년도 수가협상에 착수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난 19일에는 공단 서울지사에서 가입자 의견을 검토하는 재정운영소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최병호 재정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을 수가협상에 계량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다"며 "(코로나19를) 아예 고려 안 하는게 낫겠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수가를 올려달라는 것이 의료계 요구인데 그렇게 되면 자연히 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공단 또한 요양급여 선지급 등으로 재정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그런 것까지 따지는 것은 재정위원회 권한이 아니다. 보험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아예 코로나19를 배제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이번 수가협상에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 경제 위기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가 상승으로 수반되는 보험료 인상은 공단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난해 깨졌던 밴딩 ‘1조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의 밴딩 추이를 보면 ▲2015년 6685억원(2.22%) ▲2016년 6503억원(1.99%) ▲2017년 8143억원(2.37%) ▲2018년 8234억원(2.28%) ▲2019년 9758억(2.37%) ▲2020년 1조478억원(2.29%) 등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이 가운데 전년 대비 유일하게 밴딩 폭이 축소됐던 때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진행됐던 2016년도 수가협상이다.
의료계에서 메르스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밴딩이 전년 6685억원에서 6503억원으로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대한병원협회의 경우 건정심에서 최종 수가인상률이 1.4%에 그치면서 수가협상단장을 비롯해 임원진이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까지 이르기도 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보상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예년 수준은커녕 그에도 못 미치는 밴딩폭이 설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한 공급자와 가입자 상황을 모두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수치로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결국 협상과정에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뭐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해마다 밴딩 폭 공개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협상이라는 게 계속 앉아있으면 이어지는 것 아니겠나. 올해도 마지막까지 가 봐야 결정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가 보통 때와는 다른 상황이어서 협상에서도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적으로 건정심이 결정하는 구조이긴 하지만 그 전까지 쌍방이 잘 이해하고 양보해 원만하게 계약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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