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1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리스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가 여전히 이슈다. 경영난을 호소하는 의약단체의 강력한 요구와는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다소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건보공단 서울 영등포남부지사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순으로 수가협상 상견례 및 1차 협상이 진행됐다.
1차 협상에서 단체들은 대부분 원론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며 분위기를 살핀 것으로 보인다.
대한약사회 윤중식 보험이사는 1차협상 후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공급자들이 모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공급자체계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공단에 알렸다”고 밝혔다.
윤중식 이사[사진 左]는 “약국 세무자료 및 원가 보상율과 코로나19로 인한 조제건수 감소에 대해 얘기했다. 약사회 파악에 따르면 약국의 평균 원가 보상율은 91%~94%에 그치고 있다”며 “행위료 점유율 또한 2007년 10.7%에서 2019년 6.9%로 떨어지는 등 보장성 확대 및 상대가치 창출이 이뤄지는 다른 유형과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올해 3월 대구지역 약국의 조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감소했고 4월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도 30%씩 줄었다. 특히 병원 및 보건소 주위에 위치한 약군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 100%가 감소한 약국도 있다”며 “어려운 시기인 만큼 환산지수 인상을 통해 회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도 비슷한 입장이다. 박홍준 단장(서울시의사회장)
[사진 右]은 "결국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
장이다.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에서 의료계가 바로 설 수 없다는 원칙적인 말씀을 드렸다”며 “우리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기본으로 해서 정상으로 회복하자는 요청을 하는 것이다. 공단 쪽에서도 상당히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가협상을 준비하며 막연히 어렵다고 느꼈던 현실을 재확인했다. 그동안은 정부의 의료현장에 대한 정책을 묵묵히 감수하며 무단히 노력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무리한 보장성 강화 정책과 인건비의 가파른 증가는 고용 유지를 위협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단지 의사들만의 성과 달성 차원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코로나19 리스크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음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가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박홍준 단장은 “코로나19를 고려한다, 안 한다를 얘기하는게 큰 의미가 없다"고 피력했다.
박 단장은 "코로나19는 이미 특정 단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 200개 이상 의원이 폐쇄됐고 수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곳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안을 굳이 언급해야 하나 싶다”며 “국가 전체가 이런 흐름 속에 놓여 있는데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개별적인 손실 보상과 수가협상 아젠다 설정은 다른 것”이라며 “지금은 재난 상황이고 특수한 현실이 있다. 일반적인 상황과 같이 두고 보면 혼선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사회 윤중식 이사도 “공적마스크 판매에 협조하며 안정적 수급에 기여한 약국의 노력을 고려해 낮은 수가로 기능을 잃지 않도록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이사는 “공단 측으로부터 ‘올해 수가는 지난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정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요양기관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수가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곧 올해 상황을 수치화해 수가 인상률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능성을 전면 차단한 것은 아니지만 공급자 단체가 한목소리로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다소 선을 긋는 태도다.
그러나 작년에 있었던 2020년도 수가협상 당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던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1조478억이라는 역대급 밴딩 폭이 나왔던 만큼 수가율 증감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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