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수첩]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주춤해지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조금만 더 버티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병원, 물류창고 등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격수업을 끝내고 등교에 나선 학생들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며 정상적인 개학은 차질을 빚고 있다.
사실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발적 감염을 예견했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환자 수를 제어하는 게 현실적 대책이라는 우울한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이 처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힘겨운 모습이다. 전례없는 감염병 재난 상황 속에서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병원과 의원 등 의료기관 상황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원 환자 수는 급감했고, 원내감염 방지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들이 들어가면서 재정상태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이에 정부도 요양급여비를 선지급하고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하는 등 재정위기로 신음하는 병원들에 긴급 수혈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과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애쓰고 있는 병원들을 위한 정부 지원은 아직 미흡한 부분들이 많아 보인다.
일례로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인 일부 감염병 전담병원들에서는 확진자가 완치 판정을 받아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란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완치 이후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그대로 병원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비는 완치 전까지 정부에서 모두 지불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그 환자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는 순간부터 상황은 급변한다.
다른 질환이 없어 그대로 퇴원하면 다행이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19가 완치됐더라도 그와 별개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이 그런 환자들을 그대로 입원시켜 둘 경우 치료비를 청구하더라도 삭감이 돼 버린다. 감염병 전담병원이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환자를 입원 치료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전담병원들이 완치된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보려 해도 여의치 않다.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환자였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들이 해당 환자 받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전담병원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이런 환자들을 돌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전담병원 병원장은 "이는 제도의 사각지대"라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재정상황에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공적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는 일이, 역으로 병원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응당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싶다. 특히 병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감염병 재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팬데믹 와중에 국가 전체적으로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곡소리가 나올 만큼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병원들 만큼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 병원이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일선 병의원들 목소리에 좀더 귀 기울이고 제도의 사각지대들을 살피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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