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이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의료단체 대부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이 제시한 인상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한 채 퇴장했다.
의원·병원·치과유형은 '결렬'을 선언했고, 한방과 약국, 조산사는 '타결'로 매듭졌다. 그러나 이들 단체 모두 코로나19 리스크를 사이에 두고 건보공단과의 간극을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공휴일인 5월 31일 다음날인 6월 1일 최종 수가협상이 시작됐다. 오후 4시 대한병원협회의 3차 협상을 선두로 전면전의 막이 올랐다.
건보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진행된 이번 수가협상은 1일에는 재정소위를 비롯해 의약단체들의 4차 협상이 이뤄졌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루 넘긴 2일 새벽부터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번 수가협상의 쟁점은 단연 코로나19 리스크였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으로 가입자는 보험료 인상 부담을, 공급자는 운영 어려움을 호소했. 과연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쟁점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실패였다.
오후 7시 예정된 재정소위 전 4차 협상은 5분을 넘기지 않고 짧게 끝났다. 대부분 일정을 교환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재정소위가 종료된 후 이어진 5차 협상도 빠르게 끝났다.
자정께 추가 재정소위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후에 최종 협상을 진행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정을 넘어 6차 협상때부터 각 공급자 단체별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조산협회는 오전 3시30분경 4차협상에서 3.8%의 인상률로 가장 빨리 타결했다.
대한조산협회 김옥경 회장은 “그동안 기관 숫자가 작아 수가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를 통해 조산원 현실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식의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관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만족스러운 협상은 아니었지만 공단과 내년 협상을 위한 개선책을 논의한 후 나름의 결론을 지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협은 새벽 3시53분경 6차 협상에서 부결을 선언했다. 인상률 협의에 있어 공단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박홍준 단장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참담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거듭 말하지만 결렬을 목표로 한 적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을 하자라고 했는데 거기에 대해(인상률) 협상이 불가하다고 건보공단이 말했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후 입장한 대한한의사협회는 4시 30분경 6차 협상에서 타결로 매듭을 지었다.
이진호 수가협상단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코로나19로 공급자와 가입자 모두 어려운 협상을 한 것 같다.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도 건전한 진료를 한 한의사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짧은 소감으로 마무리했다.
5시30분경에는 대한병원협회가 부결을 선언했다. 송재찬 단장은 “회원들께서 기대를 많이 하셨을 텐데 만족시켜드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공단과 재정위에서 배려를 많이 했다고 하지만 간극을 메우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이 코로나19 영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하긴 어려우나 병원계 생각과 차이가 극명했다. 앞으로 의료계의 헌신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입장한 대한치과의사협회도 결렬 선언과 함께 입장문을 발표했다. 치협은 “공단 측이 제안한 인상률이 보장성 강화 정책에 희생을 감수하며 적극 협조한 회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정수가 보상 반영을 요구했으나 건보공단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자영업자 등 모두가 어려운 상황으로 고통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실망을 안겨드려 회원들에게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 의료 단체가 모두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은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