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각종 바이러스 감염병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IST는 리섕·김유식 교수 공동연구팀이 바이러스 특징을 이용해서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만능 진단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감염된 세포의 용해액만으로도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핵산 증폭 없이 판독이 가능한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의 특이적으로 존재한다고 알려진 ‘이중나선 RNA(이하 dsRNA)’검출을 기반으로 한다.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구자영, 김수라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Biomacromolecule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현재의 PCR 검사와 달리 시료 준비나 핵산 증폭, RNA 핵산 서열 정보가 필요 없어 각종 바이러스 감염병이나 신·변종 바이러스를 쉽고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이나 키트(Kit) 등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NA(리보핵산)는 일반적으로 DNA(디옥시리보핵산)가 가진 유전정보를 운반해 단백질을 생산하게 한다.
그러나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다양한 ’비번역 RNA(non-coding RNA)‘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세포 내 신호전달, 유전자 발현 조절, 그리고 RNA 효소적 작용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비번역 RNA들에 상보적인 핵산 서열을 가지는 RNA가 결합해 형성된 ’dsRNA‘는 특히 바이러스에서 특이적으로 많이 발견된다.
dsRNA는 DNA 바이러스의 전사 또는 RNA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에서 생산되는데, 인간 세포는 바이러스 dsRNA를 외부 물질로 인지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특이하게도 바이러스 dsRNA를 인지하는 인간의 선천성 면역반응시스템은 핵산 서열 정보를 무시한 채 dsRNA의 길이나 말단 구조와 같은 형태적 특징을 이용해 dsRNA와 반응한다. 인간 면역체계가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처를 가능케 하는 이유다.
공동연구팀은 이런 인간 면역체계의 원리에 착안해 바이러스의 특징인 길이가 긴 dsR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판 제작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핵산 서열 정보 없이 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시료 준비과정도 대폭 간편화시켜 세포에서 RNA를 분리하거나 정제 작업 없이 감염된 세포 용해액만을 이용해 바이러스 dsR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A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적용한 결과, 바이러스 dsRNA의 존재 여부를 핵산 증폭 없이 판독하는 데도 성공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리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선 A형 간염, C형 간염 dsRNA만을 검출했지만 바이러스 dsRNA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에서 발견된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다양한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해 만능 감염병 진단기술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항·학교 등 공공장소에서도 쉽고 빠르게 감염병을 검출할 수 있어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마련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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