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가 치료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예방과 치료의 균형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매년 지원자 부족으로 시름하고 있는 예방의학과에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예방의학회 감신 이사장(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은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지원 정책은 전체 의료 방향성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며 “치료에 방점이 찍혀있는 기존 의료 패러다임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방의학은 전에 없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향후 주기적으로 찾아올 감염병은 물론 고령화시대에 개인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감신 이사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대한예방의학회를 중심으로 한 예방의학계는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소개
A. 중앙부처, 지방정부와 감염병관리지원단, 언론, 의료기관, 현장 등에서 학회 차원 또는 개인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하여 왔다고 생각한다. 감염병 관련 학회와 연대해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으며 한국역학회와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부와 국민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매주 1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매주 1회 90분 포럼을 개최해 주간 정책보고서를 발표하고 대책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Q.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2차, 3차 유행 우려. 예방의학 관점에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A. 감염병 유행을 예방하는 대책과 유행 발생 시 구체적인 관리 대책이 있어야 한다. 유행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생활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감염병 유행 발생 징후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 독감 등 다른 감염병 유행과 겹치는 것에 대비한 예방접종 계획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행 발생 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위기 단계별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감염자 치료와 관리, 고위험군과 집단시설 관리, 방역물품과 의료장비 확보, 환자이송체계 등 분야별 대응 시스템과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의 혼란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예방과 치료 간 균형 맞추는 정책 추진돼야"
“예방의학 지원자 적어 위기, 정부가 질병예방 건강증진 정책 우선순위 높여야”
“예방의료 서비스가 모든 의료 분야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
Q.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방의학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예방의학은 지원자가 한자리 수에 그쳤다. 원인은 무엇이고 대책은
A. 최근 수년간 예방의학 전공의 지원자가 매우 적다.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은 더 심각하다.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전문의로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미흡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학회도 노력 하겠지만 정부에서도 질병예방·건강증진에 정책 우선순위를 높이고 재정과 인력 등 자원 투입을 해야 한다. 예방의학을 포함해 전공의 지원율이 국가 의료필요보다 낮은 전문과목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Q. 국내 예방의학 현실은 어떠한지
A.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급여가 치료 중심으로 돼있어 예방의료 서비스가 미흡하다. 인구집단과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의료분야도 취약한 등 전반적으로 예방의학이 열악한 것이 현실인데, 예방의학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앞서도 이야기했듯 최근 수년간 예방의학 전공의 지원자가 적고, 예방의학의 역할 증대에 한계가 있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Q.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보건의 날 축사를 통해 “보건의료정책을 기존의 치료에서 예방과 건강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예방의학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A. 대한예방의학회의 비전은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고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학회’다. 이러한 비전을 이루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먼저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시대이므로 이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적절한 보건의료이용을 위한 방법 등을 제대로 연구하고 알림으로써 ‘예방’이 삶에 자리 잡고 일상이 되도록 기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질병 발생과 치료에 사회적 요인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강조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보건의료체계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향후의 보건의료 영역의 문제점들을 예측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달성하기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를 하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무엇보다 예방의학 전공의 지원자가 적다. 대한예방의학회는 후속세대양성에 힘을 쏟고 있으며, 예방의학 전공자가 학문의 특성을 살려 국민건강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방의학은 전문과목이며 진료과목 중 하나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등 예방의료서비스가 예방의학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분야에서 주요 영역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