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원격의료·의사증원 등 의료계 최대 현안을 두고 양대 단체인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병협이 원격의료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의견을 나타낸 반면, 의협에서는 ‘극단적 투쟁’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병협은 지난 4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제3차 상임이사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는 등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물론 ▲초진환자 대면진료 ▲적절한 질환 선정 ▲환자쏠림 방지 및 환자 선택권 보장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내놓음과 동시에 단계적 시행 등을 거론해 對정부 협상의 가능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정영호 병협 회장은 “비대면 의료체계 도입과 논의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고려돼야 한다”며 “개방적이고 전향적 논의와 검토를 거쳐 균형 잡힌 제도로 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5월6일 취임 일성으로 ‘의사인력 증원’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의사 및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의사인력 증원에 모든 회무를 집중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 현안은 의협이 반대의사를 수차례 밝힌 사안이기도 했다.
의협은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 소재 불분명·국가 의료체계 붕괴 등을 이유로, 공공의대 설립을 포함한 의사인력 증원에 대해서는 인구구조·의료수요 등 백년대계가 없는 졸속적인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달 15일 성명서를 통해 “원격의료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며 “당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5분 거리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한국에 맞지 않는 제도’, ‘재벌기업에 이익을 주고, 국민 의료비 상승 유발’ 등을 했는데, 당시와 지금 바뀐 건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의료계를 ‘패싱’하고 기획재정부와 산업계를 내세워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인력 증원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대해서는 “공공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만이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료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민간 각 분야 의사들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양 단체의 현안에 대한 견해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두 단체의 공조 다짐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 회장과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달 21일 만나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 바 있으나, 원격의료·의대정원 등 의료계 메가톤급 이슈에 의견을 달리하면서 다소 껄끄러운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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