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코로나19가 감염병전문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있다.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서초구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별도 건립 저지대책’ 문건을 작성하는 등 논란이 두드러졌다.
금년 2월 임시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님비’를 우려한 복지부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부침을 겪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역에 전문병원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부권·영남권 등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및 의료기관들의 감염병전문병원 유치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9일 국회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전문병원에 대한 인식이 ‘님비(Not in my backyard)’에서 ‘핌피(Please in my frontyard)’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감염병전문병원에 대한 인식은 혐오시설로 기피 대상이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NMC 중앙감염병병원 설립과 관련해서 별도 건립 저지대책 문건이 나오는 등 기초자치단체와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거셌다.
특히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는 윤종필 미래통합당 의원(현 미래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복지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는 ‘기현상’도 있었다.
해당 법안은 수도권·중부권·영남권·호남권·제주권 등 5개 주요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및 지정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복지부가 지역 반발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감염병예방법이 통과될 경우 복지부는 사업시기와 예산 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등 이점이 많았다.
이에 대해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감염병전문병원 5개 권역 확충은 지역별로 반대가 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권역과 시행시기를 법적으로 못 박는다는 점은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여론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확진자가 1만2천여 명, 사망자도 270여 명 달하고, 추후 2·3차 대유행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지역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과 마찬가지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공약했던 미래통합당 수석전문위원실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유치하려고 하지 거부하는 추세가 아니다”며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는데, 지역에서도 전문병원이 있는 게 좋다고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지역구에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를 공약한 某 의원실 관계자도 “지역에서 감염병전문병원뿐만 아니라 대응체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많이 줬다”며 “지역의 인식은 확실히 많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 감염병전문병원 구축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병원도 마찬가지다.
순천향대천안병원 관계자는 “감염병 발생 주기가 짧아지면서 언제 창궐할 지 모르는 시대”라며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도 “(여론은) 전반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대구지역 대학병원들은 거의 다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월22일까지 진행된 질본의 감염병전문병원 구축사업 공모에 충남대병원·단국대병원·충북대병원(중부권)·순천향대천안병원 등 4곳, 삼육부산병원·양산부산대병원·창원경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대구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부산·영남권) 등 7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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