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수첩] 2021년도 수가협상이 종료됐다. 공급자 단체는 평균 인상률 1.99%, 추가 소요재정 9416억원이라는 지난해 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를 제안받았고 병원과 의원, 치과 단체는 결국 협상을 거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최병호 재정운영위원장은 "결렬 안 하는게 공급자 측에 유리할 것"이라며 협상을 종용했지만 수가협상 상견례부터 '통상적 협상과는 달라야 한다'고 읍소한 의료계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결과였나 보다.
건보공단과 공급자 단체 모두 수가협상 기간 내내 '코로나19'를 언급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거기에 집중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측은 '어느 때 보다 힘든 협상'이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입에 올렸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최종협상 후 “회원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인쇄해 발표하기도 했다. 최종협상 전 인상률을 통보받고 이미 협상이 안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이번 수가협상 결과는 메르스 사태가 발발했던 2015년과 자주 비교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평균인상률이 1.99%로 올해 결과와 동일하다.
감염병이 창궐하던 시기라는 것도, 의료계가 너나할 것 없이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결과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내년 즉 2022년도 수가협상 결과를 예측해 보는 것도 섣부르지는 않을 테다. 메르스 사태 바로 다음 해 수가협상에서는 밴딩 폭이 전년 대비 1600억원이나 뛰었기 때문이다. 결렬된 단체가 한 군데도 없었다.
건보공단 협상단은 “건보재정 5년 연속 당기흑자 및 17조원의 누적흑자를 토대로 공급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내년 수가협상에도 코로나19 리스크가 반영돼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올해 인상률을 상회하는 결과를 받고 만족할 수 있을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당기흑자도, 누적흑자 상황도 예년보다 좋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온다 해도 가입자가 체감하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예상되지 않는다.
수가협상에서는 진료비 증가율도 주요 변수다. 문케어는 진료비 증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에는 진료비 증가율이 6%대였지만 지난해는 11%까지 뛰었다.
진료비 증가는 곧 건보재정 투입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급여 항목의 다수가 급여로 전환됐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과적으로 수가협상에 투입되는 재정 여유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문재인케어 영향권에 들어 있는 올해 진료비 추이도 같은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감소를 고려해도 내년 수가협상 또한 녹록치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이다.
어쩌면 올해 수가협상에서 코로나19는 얼굴마담 역할을 한 데 그친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 볼 수 있다. 결정적인 변수였다기보다 인상률을 두고 벌인 협상단 양측의 공방에서 소재로 활용된 것이다.
사실 2015년 수가협상 당시에도 메르스 보다는 진료비 목표관리제에 따른 밴딩 규모 축소 이슈가 더 많이 논의됐다.
‘코로나19 논의를 배제하는 게 낫다’던 최병호 위원장의 언급이 차라리 가장 정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의료계에는 또 한 가지 숙제가 남았다는 점이다. 수가협상 환경은 매년 척박해져 갈 게 분명한데 그때마다 결렬을 선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협상 결렬은 해당 단체의 의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협상력을 받쳐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자주 쓰는 카드가 돼서는 안 된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 존경심이 높아졌는데 정작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정부”라며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타개책도 보다 똑똑해져야 한다.
내년도 수가협상에서는 보험자와 공급자 모두 현명한 협상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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