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97세 박 씨는 손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올해 초 병원을 찾았다가 가벼운 뇌경색과 함께 심방세동 및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으면 2년 내 사망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워낙 나이가 많아 수술을 받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자녀들은 어머니의 체력적 부담을 낮추면서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랐다. 고령에 동반질환이 있어 가슴을 여는 수술은 어렵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수술 없이 대동맥판막치환술(타비시술)을 시행했고, 박 씨는 부작용 없이 현재 6개월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수술 없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하 타비시술) 800례를 국내 최초로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심장내과 박승정·박덕우·안정민·강도윤, 흉부외과 주석중· 김준범·김호진, 마취과 최인철·함경돈)이 최근 80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여성을 타비시술로 치료하면서 2010년 국내 첫 도입 후 10년 만에 아시아 의료기관 첫 800번째 타비시술을 달성했다.
타비시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은 가슴을 열어 진행하는 수술과 달리 허벅지 동맥혈관을 통해 심장판막에 도달한 후, 좁아져있는 판막 사이에 기존 판막을 대체할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고정하는 시술이다. 흉터가 작아 회복이 빠르고 고령환자도 부담이 적다.
하지만 타비 시술은 시술시 대동맥 및 혈관손상, 시술시 떨어져 나온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합병증 가능성, 심전도계 이상 등 위험성이 높아 심뇌혈관 중재시술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시술로 꼽힌다.
2010년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교수팀이 국내 처음 타비시술을 도입한 이후, 서울아산병원은 신규 영상장비 등이 갖춰진 타비 시술 전용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마련하고 타비시술을 시행해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진행한 800례의 타비 시술 환자들은 평균연령 81세로 매우 고령이었고, 47%의 환자에게서 당뇨, 85%에서 고혈압, 12%에서 뇌졸중, 6%에서 이전 심장수술 병력이 동반되어있는 등 고위험 환자가 대다수였다.
타비시술 800례 가운데 성공률은 98%으로 집계됐다. 중증 뇌졸중 발생률 1%, 조기(30일 이내) 사망률 1% 등 합병증 발생률 또한 낮았다. 2018년 이후 시행한 400례의 시술 성공률은 99.5%로 더욱 높았다.
또한 2017년 이후부터는 기관삽관을 해야 하는 전신마취가 아니라 간단한 수면마취로 타비시술을 진행하게 되면서 평균 시술 시간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절반가까이 줄어 환자 부담이 적어졌다. 최근에는 95% 이상의 환자에서 수면마취로 타비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10년 만에 연간 170건 이상 진행하는 세계적인 타비시술센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 체계(Heart team)덕분이다. 아시아에선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미국 유수 병원들과 비교해도 손에 꼽히는 우수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타비시술은 심장시술 중 가장 고위험·고난도지만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령의 환자들에게 간단한 수면마취로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면마취는 전신마취에 비해 회복이 훨씬 빠르며 환자들도 시술 당일 식사가 가능하고 3일째에 퇴원할 수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해 최선의 치료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9년 한 해 동안 170건 이상 타비시술을 시행하는 등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진행한 모든 타비시술의 30%를 시행하면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보유하게 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