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전례 없는 신종 감염병 사태에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이 의료진 등 뒤에 비수를 꽂는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사진 左]은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4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와 같이 주장하며 "정부는 의료계가 어려울 때 보험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코로나19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데 의료계는 더욱 큰 직격타를 맞았다”며 “작년 대비 경기지표를 보면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70~80%, 내과 검진 환자는 3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인상률이 2.4%로 결정될 전망인데 이는 개원의들에게 상당히 버거운 지표다”며 “정부는 향후 추경을 통해서라도 의료계가 어려울 때 보험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원격의료나 공공의대 설립, 분석심사 등의 정책이 의료진 등 뒤에 비수를 꽂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격진료 확대, 의료사고 위험성 증가 등 부작용 커"
"분석심사는 현실적으로 강행, 실시되는 만큼 협상 잘해야"
그는 “정부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속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빌미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의 원격진료는 1차 의료기관 쇠락과 의료사고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등 우려되는 부작용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강세가 되며 국민들은 비대면을 선호하는데 실질적 방법 없이 반대만 외치면 국민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며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는 원격의료를 막기 위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내세우지 않고 과거에는 생각이 달랐던 집단이라도 힘을 합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공의대 설립은 결국 거대여당이나 정부에서 밀어붙이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끌려가기보다 충분한 협상 및 토론을 통해 의료인으로서 주장할 것을 주장하고 얻어낼 것을 얻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에서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것이다”며 “충분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향후 논의해 볼 생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심평원이 지난해 8월부터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및 슬관절치환술 총 5개 질환에 대해(COPD 및 천식은 통합 운영) 진행하고 있는 분석심사 선도사업과 관련해 협의체에 개원내과가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년 전 경향심사라는 이름으로 심사체계 개편안 추진을 하려던 정부가 2019년부터는 의료계와의 합의도 없이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과거 의료계가 반대했던 포괄수가제(DRG)가 현재 잘 운영되고 있는 것과 같이 분석심사 선도사업 또한 의사단체가 반대한다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원내과의사회는 최근 분석심사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안건을 대의원회 논의 사안에 올려달라는 공문을 의협에 발송했다”며 “이미 진행된 사업인 만큼 정부와 끝까지 협상해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