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응의 최종 목표가 환자 치료를 통한 인명피해 최소화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방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응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1일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9층 대강당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오명돈 위원장[사진]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계속 뛰라고 응원을 하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지쳤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며 “그렇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자면 이 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속도와 방향, 지속가능성을 성찰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는 그 특성상 메르스와 달리 단기간에 사태 종료가 어렵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의료중심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오 위원장 주장이다.
장기전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현재 증상자를 찾아내고 확진시 접촉자를 파악해 격리하는 ‘증상자 중심 방역’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무증상 감염 매우 많고 이젠 일상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는 상황 고려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시킬 수 없는 이유로 오 위원장은 면역이 없어 누구나 감염될 수 있으며, 무증상 감염이 많고 일상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19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무증상자도 증상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측면이 종식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는것이 오 위원장의 분석이다.
실제 지역사회의 확산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항체검사에서 스페인을 비롯해 다수의 국가들에서 실제 확인된 확진자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정부가 4월27일부터 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체검사에서 양성률은 5%에 달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경우는 47%, 프랑스 Oise와 독일 Gangelt, 중국 우한에서도 각각 항체 양성률이 25.9%, 15%, 10%를 기록했다.
이에 오명돈 위원장은 “스페인의 경우는 4500만 인구 중 5%인 225만명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스페인 정부가 파악환 환자 수인 23만명에 10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무증상 감염이 10배 이상 많고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깜깜이 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현 방역시스템으로는 코로나19 못잡아, 인명피해 최소화 정책 총괄 의료지원 컨트롤 타워 구축돼야"
오 위원장은 “이에 조기 진단과 접촉자 추적 및 격리를 근간으로 하는 현재 방역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완전히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언론이 질책하는 구멍 뚫린 방역도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따라서 방역의 현실적 목표는 종식이 아니라 인명피해 최소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명돈 위원장은 “일부에서 메르스와 코로나19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없어 메르스 때와 똑같은 목표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메르스 방역 방식을 그대로 따르다가 큰 혼란과 희생을 겪은 바 있다”고 대구의 사례를 상기했다.
방역 목적의 대규모 검사로 젊고 건강한 다수의 사람들이 양성 판정으로 병원에 입원하다 보니 중증 고위험군 환자들이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했던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이에 오 위원장은 확산 저지를 위한 방역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의료중심의 인명피해 최소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총괄할 의료지원 컨트롤 타워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끝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 없다”면서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앞길을 정하기 위해서는 시민 각자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선택 가능한 길들의 장단점을 숙의한 후, 사회구성원들과 합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