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첩약 건강보험(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환자단체와 공동으로 여론전을 지피기 시작했다.
앞서 일각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반발하는 의협을 두고 ‘의사와 한의사의 직역다툼’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의협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범사업은 의사 뿐 아니라 환자들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발언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건강보험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재정이 배분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달라”며 의협에 입장을 보탰다.
"한약보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고가약품들에 대한 급여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 주장이다.
또한 한약재의 경우 아직 원산지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고 제조 방법도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장은 “고가 면역항암제와 같이 현재 환자들이 급여화를 요구하고 있는 약들이 있음에도 한약이 급여화 우선순위에 놓인 것은 정책의 오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폐암환우회 뿐만 아니라 신장암, 폐암, 유방암 등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다른 중증 암질환 환우회도 이같은 입장이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신장암환우회 등 몇몇 환우회가 첩약급여화에 앞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화 검토를 해야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며 "향후 각 환우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공식적인 입장발표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현시점에서 성급하다는 공감대는 전국민적 여론”이라며 “폐암한우회 외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환자단체가 더욱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우회 외에도 일반 환자들에 대한 한약이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의협은 부연했다.
이날 참석한 백진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시민단체 조사 결과, 환자들이 처방받은 한약을 모두 복용한 비율은 불과 25%에 불과하다”며 "한약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단체 “첩약, 안전성 검토되지 않아 성급한 혈세 낭비” 한 목소리
이날 집회에서 발언한 주요 의사단체 임원들도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다.
한약재의 유통과정 체계가 아직 미비하며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의 효능도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것이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현대의약품은 식약처의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거쳐 약품허가를 받은 후 국내 판매가 가능한데, 한약은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이 부재하고 부작용에 대한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외에도 탕전실 관리기준과 약제 규격 기준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 또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52건의 한약재가 품질 문제로 회수·폐기된 바 있다”며 유통과정에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의사단체 임원들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전면 철회하고, 계속 추진할 경우 한방건강보험을 분리하라”며 “정부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료계는 전면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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