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 등 의료계 양대 단체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인데, 최근 의사증원 확대·원격진료 등에 대해 온도차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8일 의협·병협·대한의학회·대한약사회 등이 공동주최한 ‘한방 첩약급여화 관련 범의약계 긴급 정책간담회’에서 의료계 양대 수장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포문은 최대집 의협 회장[左]이 열었다.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오는 7월24일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킬 경우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최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의협은 안전성·유효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병협 등과 함께 졸속적·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범사업이 부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문가단체는 물론 환자단체마저 반대하고 있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추진계획이 통과된다면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정영호 병협회장[右]도 최대집 의협회장 의견과 다르지 않았다.
정 회장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의학적 타당성·의료적 중대성·치료 및 비용 효과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정 회장은 “한방 건강보험 확대는 기본적으로 의학적 타당성·의료적 중대성·치료 및 비용 효과성 등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고 했고, “국민 보건향상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여건도 고려하면서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성·유효성 등 검증을 생략한 채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하려는 성급한 결정에 의문이 든다”고 첨언했다.
한편, 의사인력 확대·원격진료 등에서는 의협과 병협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과 달리 상반되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4일 제3차 상임이사회에서 “비대면 진료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등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고, 지난 5월 6일 취임 시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의사 및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발언했다.
의료계 최대 현안인 의사인력 확대·원격진료 등에서 병협이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자 의협은 성명서를 내고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가져올 위험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채 섣불리 시행할 경우 국민 건강에 위중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누차 경고했다”며 “병협 집행부 입장은 전체 회원병원 뜻이라고 할 수 없고 의료계 뜻은 더 더욱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앞으로 모든 사태 책임은 병협 집행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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